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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평화협정, 통과 이후 과제는 '이행'

콜롬비아 평화협정이 우여곡절 끝에 의회를 통과한 이후 관심은 이제 협정의 이행에 쏠린다.

국민투표에서 부결됐던 기존 협정을 수정한 다음 새 국민투표 대신 의회 투표만으로 가결된 수정 평화협정은 태생부터가 한계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콜롬비아 여론조사 업체 '시프라스 & 콘셉토스'의 세사르 카바예로 사장은 "새 협정 이행은 매우 복잡하고 일정이 촉박한 문제"라고 말했다.

카바예로 사장은 "2018년 총선과 대선에서 협정이 뒤집히지 않게 하려면 시간이 많지 않다"며 "(새 협정은) 2018 대선 캠페인의 시작과 같다"고 덧붙였다.

콜롬비아는 2018년 3월 총선, 5월 대선을 치른다.

새 평화협정을 무난하게 의회에서 통과시킨 '다수 여당' 구도가 유지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수 있다.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 겸 현 상원의원이 이끄는 야당인 민주중도당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협상이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너무 관대하다며 줄곧 반대 운동을 펼쳐왔다.

지난 10월 있었던 기존 평화협정에 대한 국민투표에서 콜롬비아 국민 다수는 부결을 지지해 우리베 전 대통령의 반대파가 힘을 얻었다.

하지만 산토스 정부가 수정 평화협정을 새 국민투표에 부치는 대신 여당이 다수를 점한 의회로 보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새 협정은 콜롬비아 상·하원에서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우리베 전 대통령의 민주중도당은 항의의 뜻으로 투표에 참가하지 않았다.

민주중도당의 옛 대선 후보였던 오스카르 이반 술로아가는 투표 전 하원 토론에서 "콜롬비아 국민이 거부한 것을 콜롬비아 의회가 어떻게 승인하는가"라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카바예로 사장은 "우리베 전 대통령 측은 앞으로 협정 이행 과정을 비판하는 데 초점 맞출 것"이라며 "이 단계에서 평화협정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야당이 2018년 3월 총선에서 의석을 더 확보하고 5월 대선까지 승리한다면 평화협정은 어려움에 부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협정이 통과된 이상 정부 측의 책임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루이스 모레노 오캄포 전 국제형사재판소(ICC) 주임검사는 "평화협정의 가장 큰 과제는 조직을 해체한 FARC 게릴라들에 대한 공격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정규군의 역할이 중요하다. 과거의 적을 보호할 책임이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과거 FARC가 통제했지만, 평화협정 이후엔 조직폭력배나 다른 무장 세력들의 폭력에 취약해질 지역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콜롬비아 정부와 FARC는 평화협상에 나섰다가 사후 관리에 실패해 유혈 사태를 겪은 바 있다.

당시 무장을 해제한 FARC 조직원 등이 만든 좌파 정당 '애국연합' 당원 3천여 명이 극우파 민병대에 살해됐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분석가 카일 존슨은 "FARC의 무장 해제 절차가 문제없이 잘 진행되면 국민투표와 반대파의 협정 거부로 생겨났던 정치적 힘의 균형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1964년 시작된 FARC 등 좌파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으로 콜롬비아에선 지금까지 사망자 20만 명 이상, 이재민 800만 명, 실종자 4만5천 명이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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