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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화 기업들 방역의무 져야"…커지는 'AI 방역세' 신설 목소리

국내 오리 사육농가의 90% 이상은 계열화 농장입니다.

오리고기를 가공·판매하는 국내 유명 기업들로부터 새끼오리와 사료를 공급받아 40일쯤 키운 농장들이 해당 기업에 다시 넘기는 구조입니다.

사육농장들은 사실상 오리 소유주인 기업들로부터 마리당 1천600원가량의 사육 수수료를 받고 있습니다.

올해처럼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전방위적으로 발생하기라도 하면 예방적 차원에서 대대적인 살처분 작업이 이뤄집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른 축산 방역당국의 '명령'에 따른 것이어서 살처분 결정이 내려지면 이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사육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40일가량 키운 오리를 기준으로, 산지 도매가격을 적용해 마리당 5천원가량 살처분 보상금이 책정됩니다.

의심 신고를 하루 이틀 늦게 하거나 최근 2년 이내에 AI에 2번 감염됐을 때는 20%씩 삭감되지만 귀책 사유가 없다면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보상금을 기업과 농가가 8대 2가량의 비율로 나눠 가집니다.

살처분이 이뤄지면 오리를 가공해 판매하는 것에 비해 많은 수익을 낼 수는 없지만, 기업으로서는 큰 손실은 면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기업이 방역에 대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다거나 소홀하다는 비판이 AI 발생 때마다 제기된다는 점입니다.

개인 축산농들이 직영하는 농장은 제대로 방역이 이뤄지고 있지만 계열화 농장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입니다.

AI가 발생하면 황당하게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초래됩니다.

AI 피해가 가장 컸던 2014년 1∼7월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는 1천396만1천마리에 달했습니다.

산란용인지 육용인지, 사육 기간이 얼마나 됐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마리당 5천원으로 계산하면 보상금 지출액이 698억원에 달합니다.

그런데도 살처분 보상금과 생계소득 안정자금, 입식 융자금 등의 명목으로 1천934억원이나 되는 거액의 예산이 기업과 농장에 지원됐습니다.

지방자치단체도 매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방역비를 각각 책정해 가금류를 사육하는 계열화 농장이나 철새가 몰려드는 하천·저수지 등을 중심으로 방역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상금에 방역비까지 더하면 AI로 인한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큰 셈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재하는 가축방역협의회 등 전문가 회의에서 오리를 가공·판매하는 계열화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이유입니다.

충북도는 정부와 국회에 가축 방역세 신설을 건의하기로 했습니다.

이시종 지사는 그제 도의회 정례회 시정연설에서 "계열사에 방역세를 부과하는 문제를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AI를 전파하는 주범으로 꼽히는 철새를 국내로 날아들지 못하게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계열화 기업도 방역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도의 주장입니다.

사실상 오리 주인인 기업이 방역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2010년까지 시행된 도축세를 되살리자는 의견인데, 당시 시·군은 가축 가격의 1% 이내 금액을 가축 주인들로부터 징수했습니다.

당시 경기도에서는 도축장이 있던 부천, 안양, 남양주 등 10개 시·군이 거둬들인 도축세가 연간 100억원을 웃돌았습니다.

이렇게 확보된 재원은 소규모 도축장을 지원하거나 주변 주민의 민원을 해소하는 데 쓰였습니다.

충북도가 구상하는 가축 방역세의 용도는 조금 다릅니다.

AI가 기승을 부리는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농장 밀집 지역에서 오리 사육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방역세 신설 주장의 배경이 됐습니다.

가축전염병예방법과 축산계열화사업법에 장관 또는 시·도지사가 사육 중지 명령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만 담으면 가능합니다.

겨울철 사육 중지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는 차원에서 휴업 보상금을 지급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농가나 계열화 기업의 휴업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정부와 지자체도 방역 예산 절감이 가능합니다.

관건은 재원 확보인데, 계열화 기업들로부터 오리 판매 가격의 1%가량을 세금으로 걷는다면 방역 비용은 물론 입식 제한 농가에 지급할 휴업보상금 재원까지 마련할 수 있다는 게 충북도의 분석입니다.

반면 정부는 가축공제보험 확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무더위로 인한 폐사 등 재해에 한정돼 보험 가입이 가능했지만 이를 질병으로까지 확대하면 가금류 사육농가의 피해를 일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나 연례행사가 되다시피한 AI 피해 보전을 핵심 내용으로 한 보험 상품을 운용하겠다고 나설 보험사가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충북도 관계자는 "고병원성 AI가 겨울철마다 오리 사육농가 밀집지역에서 발생하는 만큼 휴업보상금 지급을 전제로 일정 기간 사육을 중단시키거나 사육 마릿수를 조절하면 AI 피해를 줄일 수 있다"며 "그 재원 확보를 위한 방역세 신설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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