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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망령 돌아올까…오스트리아 바라보는 유럽 불안

오는 4일(현지시간) 대선을 치르는 오스트리아를 바라보는 유럽의 시선이 불편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지된 사회민주당(SPOe), 국민당(OeVP) 양당 체제가 무너지고 나치 부역자들이 세운 자유당(FPOe)이 대통령 자리는 물론 2018년 총선에서도 다수 의석을 차지할 기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AFP통신은 1일(현지시간) 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 출범한 자유당이 정치의 변방에서 조금씩 자리를 이동해 정치의 중심을 장악했다고 평가했습니다.

1956년 창당한 자유당의 초대 당수 안톤 라인탈러는 나치 독일 무장 친위대(Waffen SS)에서 부역했던 인물입니다.

1980년대 초반 자유당은 자유주의자들이 잠시 당권을 쥐면서 1983년 사민당과 연정까지 구성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1986년 총선에서 1.2% 지지율에 그치는 등 정치권의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자유당은 이 해에 당수로 취임한 외르크 하이더의 등장으로 다시 정치권 중심부를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외르크 하이더는 부모가 나치당원이었던 인물입니다.

1999년 총선에서 자유당은 183석 중 52석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사민당과 같은 수의 의석을 확보해 양당 체제를 흔들었습니다.

그는 1995년 의회에서 나치 무장 친위대가 존경받아야 하며 나치 수용소는 단순한 훈육 캠프였다고 말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노골적으로 극우 색채를 드러냈지만 자유당은 오히려 더 많은 지지를 확보했습니다.

1999년 총선이 끝나고 2000년 국민당이 사민당 대신 자유당을 연정 파트너로 택하자 유럽연합(EU)까지 나서서 문제로 삼았습니다.

하이더는 외교적 마찰이 고조되자 자유당 당수에서 물러났지만 2008년 음주 운전으로 숨질 때까지 주지사로 정치적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하이더가 주지사를 지냈던 케른텐 주는 하이더 재임 시절 과도한 재정 지출로 올해 초 파산할 뻔하기도 했습니다.

하이더가 당수에서 물러난 뒤 지지율이 10%대로 내려앉은 자유당은 현 당수인 하인츠 크리스티안 슈트라헤의 등장으로 전열을 재정비했습니다.

하이더는 당수 자리를 내려놓은 뒤 자유당에서 극우 색채를 제거하려다 자신이 코너에 몰리자 치과기공사였던 젊은 슈트라헤를 내세웠습니다.

2005년 자유당 당수가 된 슈트라헤는 과거 급진 학생운동을 했던 전력이 있지만 하이더의 온건 노선을 배척하고 더 극우적인 색채를 당에 입혔습니다.

슈트라헤는 2006년 총선에서 11%의 지지율을 얻는데 그치자 노르베르트 호퍼 등 당 전략가들의 충고를 받아들여 사회복지, 구매력 향상 등 경제문제를 거론하며 네오나치 등과도 거리를 두는 등 탈색에 나섰습니다.

자유당은 2018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제1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습니다.

올해 대선 직후 치른 여론조사에서는 자유당이 20%대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고 사민당과 국민당은 10%대 초반의 지지율로 한참 뒤처졌습니다.

호퍼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유럽이라는 조국의 충실한 지지자가 되겠다고 말하면서 "이슬람은 오스트리아의 일부가 아니다"라고 말해 난민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오스트리아 사민당과 국민당은 올해 4월 치른 대선 1차 투표에서 자유당 호퍼에게 참패했습니다.

자유당 대선 후보로 나선 노르베르트 호퍼는 30%대 득표율로 2위를 차지한 무소속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결선 투표를 치렀는데 자유당의 갑작스러운 약진에 놀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면서 0.6% 차이로 졌습니다.

그러나 부재자 투표에 부정이 있었다는 의혹 때문에 헌법재판소가 선거 결과를 무효로 하면서 오는 4일 결선 투표를 다시 치르게 됐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5월 대선 때 호퍼를 두고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비판하기도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와 쌍둥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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