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증인석에 서는 9명의 총수…알맹이 없는 호통 청문회 될까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6.11.30 14:08 수정 2016.11.30 15:1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증인석에 서는 9명의 총수…알맹이 없는 호통 청문회 될까
그룹 매출 합계 910조 원. 최고령 79세, 평균나이 66,4세.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는 9개 그룹 총수에 대한 수치입니다. 다음 달 6일 열리는 청문회에는 대한민국 10대 그룹 중 8개 그룹의 총수와 12위 규모 그룹의 총수가 증인으로 출석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경련 회장)입니다. 국정조사 특위는 같은 날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과 최광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관리본부장, 박원오 전 국가대표 승마팀 감독 등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지난 1988년 5공 청문회에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 등 몇몇 기업인들이 증인으로 나왔고, 각종 정경유착 수사에도 총수들이 불려 가기도 했지만, 이처럼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입니다. 총수 당사자도 그렇겠지만 해당 그룹의 관련 부서 직원들은 시쳇말로 '멘붕'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청문회가 주는 압박감 때문에 그렇습니다. 18명의 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번갈아가며 질문을 합니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합니다. 더군다나 청문회는 TV를 통해 생중계됩니다. 답변 내용뿐만 아니라 말투, 표정 하나하나까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됩니다. 그동안 정제된 모습만을 드러냈던 총수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 예상 질문 만들고, 의원실 동향 파악하고…

각 그룹은 증인 채택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긴급회의를 열고 TF(태스크포스) 등을 꾸려 청문회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몇몇 기업들 얘기를 들어봤는데, 대응 방법은 엇비슷합니다. 법무팀에서는 예상 질문을 만들어 답변 내용과 수위 등을 정하고, 국회 등에 대한 대관 업무를 하는 기획팀은 의원실에서 어떤 질문을 준비하는지, 각 의원이 어떤 의혹에 중점을 두고 있는지 파악하는데 혈안이 돼 있습니다. 그리고 청문회 당일이 되면 홍보팀에서는 자신들의 총수가 어떤 식으로 언론 등에 비칠지 동향을 파악하는 데 정신이 없을 것이라 합니다. 우스갯소리지만, 일부 그룹들은 청문회 질의 순서가 혹시 있다면, 삼성 이후에 자신들 총수가 증인으로 나왔으면 하고 있습니다. 승마협회, 국민연금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삼성에 집중포화가 이뤄지다 보면 자신들에게는 질의하는 시간도 줄어들고 의원들 체력도 떨어질 것이란 생각이죠.

해당 기업들은 청문회에 대해 한숨과 볼멘소리를 내놓습니다. 물론 이번 청문회가 자신들에 대한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총수가 국회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기업 입장에선 너무 큰 리스크가 된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제기된 의혹이 많지 않은 기업들은 "우리도 돈을 뜯긴 피해자 아니냐. 그런데 국회나 검찰, 특검에 총수가 나가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방송되면, 해외 파트너나 바이어들, 더 나아가 해외 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을 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 알맹이 없는 호통 청문회 될까…

기업들은 그러면서, 총수들이 망신만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특위 의원들이 증인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의혹만 제기하고 정작 해명할 기회는 주지도 않을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국정감사를 보면 그런 우려를 할만 합니다. 부처나 기관장들이 변명만을 내놓을 때 집요하게 파고들고 또 간혹 큰 소리가 나오는 것이야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의원들은 질의 시간의 8할 정도를 자기 말만 하는 데 사용합니다. 답변은 들으려 하지 않거나, 무조건 잘못했다고 시인하라는 식으로 하기도 합니다. 간혹 틀린 내용이 있음에도 끝까지 호통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청문회의 가장 큰 관건은 '증인들이 얼마나 솔직히 답변하느냐'입니다. 청문회는 국회에서 증인, 참고인, 감정인을 채택하여 필요한 증언을 듣는 제도입니다. 영어로는 'hearings' 한자로는 '聽聞會'입니다. 이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구체적으로 어떤 요청을 받았는지, 재단 출연금이나 돈거래에서 대가성은 없었는지, 최순실씨측과 직접 연관이나 거래는 없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총수들을 증인석에 세운 이유입니다. 물론 현재 예상으로는 총수들의 솔직한 답변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대가성을 인정하면 그만큼 수사 과정에서 불리해지는 만큼 '우리도 피해자'라는 프레임에서 각색된 대본만 읽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검찰 수사를 보면 삼성과 롯데 등 일부 기업들은 대가성을 의심할만한 여지가 상당히 있습니다. 불이익은 받지 않기 위해 관행적으로 돈을 헌납했다는 다른 기업들도 분명히 문제는 있습니다. 때문에 특위 의원들은 총수들에게 호통을 쳐서 국민에게 카타르시스를 전달해주는 것보다는 날카로운 질문으로 핵심을 찌르고 정확한 답변을 내놓도록 해야 합니다. 그룹 총수들도 이번 기회를 망신만 당하는 자리가 아니라, 수많은 사건에도 되풀이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계기로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