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 끊이지 않는 서문시장…상인들 11년 전 악몽 떠올려

오늘(30일) 오전 대형화재가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은 영남권을 대표하는 전통시장입니다.

조선 중기부터 형성됐으며 평양장, 강경장 등과 함께 조선 시대 전국 3대 시장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시장이 근대적인 면모를 갖추고 공설시장으로 개설 허가를 받은 것은 1922년입니다.

서문시장은 건물 총면적 6만4천902㎡로, 1·2·4·5지구와 동산상가, 건어물상가 등 6개 지구로 구성돼 있습니다.

총 점포 수는 4천여 개, 상인 수는 2만여 명에 이릅니다.

서문시장 주 거래 품목은 주단, 포목 등 섬유 관련 제품입니다.

전국적인 원단 시장으로도 유명합니다.

시장 상인 70% 이상이 원단, 의류, 이불, 커튼, 가방 등을 판매합니다.

섬유 제품 외에도 액세서리, 과일, 건어물, 해산물, 그릇 등도 거래합니다.

불이 난 4지구는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839개 상점이 있습니다.

지하는 주차장, 지상 1층은 액세서리와 원단, 2층은 침구류, 3층은 의류를 각각 판매합니다.

4층은 사무실입니다.

서문시장은 최근 야시장 개설로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 '제2의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서문시장은 영남권 '현장정치 1번지'라고도 불립니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 때마다 정치인들이 이곳을 찾아 영남권 민심을 잡기 위한 '구애전'을 벌이는 곳입니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재래시장 특성상 민심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서문시장에선 그동안 크고 작은 화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상인들은 오늘 다시 불이 나자 '11년 전 악몽'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2005년 12월 29일 6개 지구 가운데 가장 큰 2지구에서 불이 나 건물이 전소했습니다.

이 불로 1천여명 상인이 삶의 터전을 잃었습니다.

또 600여억원의 재산피해가 났습니다.

당시 상가가 침구, 의류 등 가연성이 높은 품목을 취급하는 상점들로 구성돼 진화작업이 이틀째 이어지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지구 건물 80∼90%가 소실돼 상가 건물은 철거됐고, 건물 신축을 거쳐 상인들은 6년 9개월 만에야 새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서문시장에서 화재가 가장 빈번했던 것은 1960년대입니다.

1960년과 1961년, 1967년 잇따라 큰불이 났습니다.

1960년 6월 발생한 불로 1천800여개 상점이 잿더미로 변했습니다.

이듬해도 화재가 발생해 200여개 점포가 화마에 휩싸였습니다.

한국전쟁 때인 1952년 12월에도 큰불이 났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불로 시장 주변 지역까지 피해를 봤습니다.

서문시장에선 40여 년 전인 1975년 11월에도 불이 나 건물이 모두 타는 등 '불운'을 겪은 바 있습니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김영오 회장은 "시장을 살리려고 상인들이 합심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이런 화재가 발생해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