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 전파 우려로 출입을 통제합니다."
소독을 위한 석회가루가 두텁게 뿌려진 전남 나주시 공산면의 철새도래지 우습지 입구에는 출입 통제선이 겹겹이 쳐졌다.
그 뒤 약 43만㎡의 우습지에는 겨울철 시들한 홍련 사이로 가창오리 수백마리가 군무를 펼치며 날아올랐다.
고니들도 '끼룩끼룩'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100여마리가 무리 지어 먹이를 찾아 물 위를 유영했다.
출입이 통제된 탐방로 곳곳에는 겨울철 철새들이 날아다니며 쏟아낸 배설물들이 곳곳에 흩어져 있었고, 휴식을 취한 철새들은 남쪽으로 혹은 북쪽으로 선두를 따라 유유히 날아갔다.
이곳에서 약 2㎞ 떨어진 공산면의 한 씨오리 농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산란율이 급속히 떨어진다는 의심신고로 시료 검사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이다.
확진 판정 전이지만 전국 사육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오리 사육지 나주에서 AI가 검출되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관계 당국은 29일 오전 즉각적으로 예방적 살처분에 돌입했다.
이중 삼중 방역 초소를 세우고, 입출입자에 대해서는 방역복 착용과 소독을 철저히 실시한 방역 당국은 2만5천마리의 씨오리를 안락사시켜 소형 트럭에 옮겨 실었다.
트럭에 실린 오리들은 농장 옆 공터로 옮겨져 겹겹이 쌓인 채 땅에 묻혔다.
나주시 보건당국도 이른 아침 농가를 방문해 농장주를 포함한 농장 내 거주자와 작업자 전원을 검진하고 예방접종했다.
오리 농장 측 사람들은 주사 맞은 팔을 걷어 올리며 "우리 마음이 어떻겠냐"며 조용한 취재를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농장은 자체 소독 시설을 갖추는 등 철저하게 AI 예방조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주시도 주변 해남, 무안, 강진 지역 가금류와 철새에 잇따라 고병원성 AI가 발병하자 방어선을 구축하고 확산방지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기존 발생 지역과 역학 관련성이 없는 곳에서 AI가 퍼져 농가를 비롯한 방역 당국은 천정 병력 같은 소식에 하늘을 날아다니는 철새를 원망할 수밖에 없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AI 바이러스를 막을 길은 없지만, 지역 확산이라도 막고자 방역당국은 씨오리 농장과 역학적으로 관계가 있는 42개 농가를 추적 조사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