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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파일] '당당했던 최순득'은 어디로 갔을까?

[단독][취재파일] '당당했던 최순득'은 어디로 갔을까?
2개월 전만도 해도 대부분의 국민이 이름도 모르고 있던 최순득 씨(64세)가 갑자기 안 좋은 방향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최순득 씨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언니이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삼성그룹이 16억여 원을 후원하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장시호(37세) 씨의 어머니입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과 동갑내기로 매우 가까운 친구이기도 합니다.
19년 전 장시호 씨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1997년 5월 29일 서울 뚝섬승마장에서는 굵은 비가 내리는 가운데 제14회 대통령기 승마대회가 열렸습니다. 당시 만 45세였던 최순득 씨는 남편과 함께 딸인 장시호 씨(당시 이름은 장유진)의 마장마술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장시호 씨는 연습을 하다가 관중석에 앉아 있는 최순득 씨를 향해 여러 차례 큰 소리로 “엄마”라 부르며 이것저것을 물어보아 눈길을 끌기도 했습니다.

현재 SBS 아카이브에 남아 있는 당시 동영상을 살펴보면 최순득 씨는 딸의 훈련과 경기 내내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고급스러운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최 씨는 특히 눈빛이 매우 날카로워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인상에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도 승마계에서는 최순득 씨가 최태민 씨의 딸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19년 전 최순득 씨 부부
딸이 승마선수였지만 최순득 씨는 스포츠계 사람들보다는 국내 연예인들과 더 많이, 더 자주 어울렸습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모 방송사의 유명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 스타급 탤런트들과 친분을 쌓았습니다. 최순득 씨를 잘 아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최 씨는 ‘여장부형’으로 타고난 술 실력과 함께 언제나 당당한 모습으로 좌중을 압도했다고 합니다. 유명 연예인과 만날 때 최 씨가 ‘갑’ 행세를 했고 연예인들이 오히려 ‘을’이었다는 것입니다.      

최순득 씨가 ‘슈퍼 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박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막강한 배경과 엄청난 재력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이 괴한에게  ‘커터 칼’ 테러를 당했을 때 일주일 간 요양한 곳이 다름 아닌 최 씨의 자택이었습니다. 50억 원을 호가하는 최 씨의 도곡동 빌라는 2000년 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으로 등극했고 거대한 규모(120평-210평)를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빌딩과 벤츠, BMW 등 고급외제차까지, 최 씨의 재산은 어림잡아 최소한 4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최순득 씨는 지난 2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최순득 씨를 상대로 동생 최순실 씨와 관련된 의혹 전반을 캐물었습니다. 또 딸 장시호 씨의 횡령 혐의에 연루가 돼 있는지, 박 대통령이 왜 최순득-최순실 두 자매 이름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29회나 주사제를 불법적으로 대리 처방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최 씨는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귀가 때에도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순식간에 검찰을 빠져나갔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언제나 '당당'했던 그녀는 왜 마치 ‘대역죄인’처럼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듯 택시를 잡아타야 했을까요?
얼굴 가린 최순득 씨
동생 최순실 씨와 딸 장시호 씨가 비리 혐의로 구속된 것이 부끄러웠을까요? 자신이 불법 대리처방 의혹에 연루된 것이 부끄러웠을까요? 딸 장시호 씨가 고등학교에서 꼴찌였는데도 명문 사학 연세대에 합격한 것이 부끄러웠을까요? 아니면 자신의 엄청난 재산이 불로소득으로 알려지는 것이 부끄러웠을까요?

현재 최순득 씨의 모습에서 우리는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1차적 원인은 오로지 탐욕만을 향해 무한 질주했던 최 씨 일가에게 있지만 이를 묵인하고 때로는 도왔던 박근혜 대통령도 법적-도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시작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가장 큰 죄는 헌법과 공화국의 최우선 가치를 파괴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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