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SBS 아카이브에 남아 있는 당시 동영상을 살펴보면 최순득 씨는 딸의 훈련과 경기 내내 한 점의 흐트러짐도 없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고급스러운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최 씨는 특히 눈빛이 매우 날카로워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인상에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이미 그 당시에도 승마계에서는 최순득 씨가 최태민 씨의 딸로 박근혜 대통령과는 가까운 사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최순득 씨가 ‘슈퍼 갑’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박 대통령의 절친이라는 막강한 배경과 엄청난 재력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2006년 5월, 당시 한나라당 대표이던 박 대통령이 괴한에게 ‘커터 칼’ 테러를 당했을 때 일주일 간 요양한 곳이 다름 아닌 최 씨의 자택이었습니다. 50억 원을 호가하는 최 씨의 도곡동 빌라는 2000년 대 초반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주택으로 등극했고 거대한 규모(120평-210평)를 갖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빌딩과 벤츠, BMW 등 고급외제차까지, 최 씨의 재산은 어림잡아 최소한 4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한민국 상위 0.1%에 속하는 최순득 씨는 지난 26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5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습니다. 검찰은 최순득 씨를 상대로 동생 최순실 씨와 관련된 의혹 전반을 캐물었습니다. 또 딸 장시호 씨의 횡령 혐의에 연루가 돼 있는지, 박 대통령이 왜 최순득-최순실 두 자매 이름으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총 29회나 주사제를 불법적으로 대리 처방받았는지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를 펼쳤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은 최 씨는 출석 때와 마찬가지로 귀가 때에도 취재진의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순식간에 검찰을 빠져나갔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언제나 '당당'했던 그녀는 왜 마치 ‘대역죄인’처럼 얼굴을 가리고 도망치듯 택시를 잡아타야 했을까요?
현재 최순득 씨의 모습에서 우리는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 1차적 원인은 오로지 탐욕만을 향해 무한 질주했던 최 씨 일가에게 있지만 이를 묵인하고 때로는 도왔던 박근혜 대통령도 법적-도덕적 책임을 면할 길이 없습니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로 시작합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가장 큰 죄는 헌법과 공화국의 최우선 가치를 파괴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