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김하늘, 퍼터 바꾸고 우승…"아빠 덕 좀 봤죠"

[취재파일] 김하늘, 퍼터 바꾸고 우승…"아빠 덕 좀 봤죠"
"아빠 조언으로 일자형 퍼터에서 반달형으로 바꾸니 홀에 쏙쏙"
"메이저 우승은 5년만…일반 대회 2개 겹쳐 우승한 기분"
"내년엔 꼭 타이틀 방어하고 싶어"

'스마일 퀸' 김하늘이 일본 여자프로골프, JLPGA투어 시즌 최종전이자 메이저 대회인 투어챔피언십 리코컵에서 정상에 오르며 다시 활짝 웃었습니다. 지난 3월 악사 레이디스 토너먼트 우승 이후 8개월 만의 우승이자 일본 무대 데뷔 후 통산 3승째입니다.

아직 일본에 머물고 있는 김하늘은 전화 통화에서 앞선 두 번의 우승과 이번 우승은 느낌이 참 많이 다르다며 말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 우승은 시즌 마지막 대회의 피날레를 장식했다는 점에서, 또 일본에 와서 첫 메이저 우승이라는 점에서 정말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뿌듯해요. 일반 대회 2개를 겹쳐서 우승한 느낌? (웃음) 무엇보다 아빠,엄마,남동생 이렇게 온가족이 처음으로 일본에 다 모인 자리에서 우승할 수 있어서 더 행복하고 기뻤어요. 의지도 많이 됐고, 가족의 힘이 이런 거구나..새삼 느끼게 됐어요."

그녀는 이번 우승에 아버지 김종현씨의 도움이 컸다고 털어놨습니다.

"일본에 와서 첫 우승과 두 번째 우승은 모두 부모님이 곁에 안계실 때 저 혼자 힘으로 해냈어요. 그런데 솔직히 이번 우승은 아빠의 조언이 많이 도움이 됐어요. 제가 지난 3월 시즌 첫 우승을 일찍 신고하고 나서 우승 기회가 또 여러 차례 있었는데 퍼팅이 따라주지 않아 준우승만 4번을 했어요. 퍼팅할 때 손목 쓰는 고질적인 습관이 잘 안 고쳐지는 거예요. 보다 못한 아빠가 2주 전에 일본으로 직접 날아오셨어요. 그리고 제가 쓰던 일자형 퍼터를 반달형으로 바꿔보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그립도 두툼한 걸로 바꿔봤어요. 이번 대회 연습 라운드부터 새 퍼터를 사용했는데 느낌이 아주 좋더라고요."

김하늘은 시즌 내내 짧은 거리 퍼팅 때 공이 퍼터 헤드에 열려 맞아 오른쪽으로 빗나가는 경우가 많았었는데 아빠의 '긴급 처방'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합니다.   

"바꾼  퍼터로 하니까 확실히 공의 직진성이 좋아졌어요. 아, 또 하나 달라진 게 있어요. 그립을 두 가지 방법으로 잡아봤는데 효과가 있더라고요. 짧은 거리 퍼팅할 때는 왼 손을 오른 손 아래에 두는 '크로스오버' 그립으로 잡고, 중장거리 퍼팅은 원래대로 일반 그립으로 잡아봤죠. 어차피 안되는 거 기분 전환이라도 해보자는 심정으로 변화를 줘 봤는데 신기하게 홀에 쏙쏙 들어가더라고요. 오랜만에 아빠에게 효도한 것 같아요.(웃음)"
프로골퍼 김하늘
김하늘은 한국과 일본 투어를 통틀어 11승을 올렸는데 메이저대회 우승은 2011년 KLPGA투어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고 일본에서는 처음입니다. 우승 상금  2천 500만 엔(약 2억 6천만 원)을 추가한 그녀는 상금 랭킹 4위로 올 시즌을 마쳤습니다. 일본 투어에서는 우승자에게 상금과 함께 푸짐한 부상을 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김하늘도 자동차와 카메라, 지역 특산물 등 푸짐한 부상을 받았습니다.

"미야자키산 소고기와 과일을 한 1년 치 정도 받은 거 같아요. 제가 더 먹을 것도 아니고 이 지역 불우한 사람들에게 기부할 거예요. 카메라는 아빠가 벌써 '찜' 하셨어요.(웃음)"

그녀는 내년 목표로 딱  두 가지를 들었습니다.

"올해 4위 했으니까 내년엔 3위만 하자. 그래야 다음에 더 올라갈 곳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가서 꼭 타이틀 방어를 하고 싶어요. 국내 대회에서도 타이틀 방어는 못 해봤기 때문에 욕심이 좀 나네요."

김하늘은 지난 겨울 최경주 프로와 함께 해외 전지훈련을 가서 손에 물집이 잡힐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덕분에 시즌 내내 아픈 곳 없이 묵직하고 견고한 샷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스스로를 평가했습니다. 벙커에 들어가 웨지로 공은 치지 않고 빨래 방망이 두들기듯 모래만 계속해서 퍽퍽 때리는 그녀만의 독특한 훈련 방법은 이미 지난 3월 취재파일에서 공개한 바 있습니다.

▶ [취재파일] 시즌 첫 승 김하늘 "최경주 프로님께 벙커 샷 배웠어요"
▶ 모래 위에서 '퍽퍽'…김하늘 '이색 벙커 훈련'

"올 겨울에는 베트남으로 전지 훈련 갈 건데 이번에도 매일 최소 500번씩은 벙커 모래를 후려 패야죠. 눈과 머리카락에 모래 들어가고 또 손에는 물집 잡히겠죠. 그걸 참아내야 1년을 편안하게 갈 수 있어요."

김하늘은 올시즌을 끝으로 한국 투어(KLPGA) 시드가 만료돼 내년엔 후원사 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제외하고 한국 대회에는 나오고 싶어도 나올 수 없습니다.

"한국 시드가 없어졌으니 이젠 일본 투어에 더 전념해야죠. 사실 저한테는 일본 투어가 참 편해요. 제가 내년에
29살이 되는데 한국에서는 왕고참이지만 일본에서는 많은 나이가 아니거든요. 일본 투어는 30대 선수들이 주축이고 선수 생명이 참 길어요. 결혼해서 자녀를 낳고도 계속 투어를 뛰는 선수들이 많다 보니 저절로 안정감이 생기고, 한 살 한 살 나이 먹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어요. 저도 결혼은 언제할 지 모르겠지만 선수 생활은 30대 후반까지 길게 하고 싶어요."

안신애와 윤채영 등 KLPGA투어의 고참 선수들이 내년 JLPGA투어에서 뛰기 위해 시드전을 치르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김하늘은 한국의 골프 문화와 풍토도 달라져야 한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습니다.

"솔직히 한국에서는 선수 생명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선수들이 주축이고 후원사도 젊은 선수들에게만 몰리다 보니 20대 후반만 되면 은퇴를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아요. 그런 면에서 올해 안시현 언니(32세, 한국여자오픈 우승), 홍진주 언니(33세, 팬텀클래식 우승) 같은 '엄마 골퍼'들의 우승 소식은 LPGA투어 전체에 큰 울림과 메시지를 준 것 같아요. 아, 결혼해서 아이 낳고도 우승할 수 있구나. 후배들이 정말 이 선배들한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요."

김하늘은 내일(29일) 오전 귀국해 당분간 국내에서 휴식을 취한 뒤 체력 훈련부터 다시 시작할 예정입니다. 내년 시즌에는 출전 대회 수를 30개 이내로 조절해 '선택과 집중'으로 승수를 늘려갈 계획입니다. 그녀의 밝고 쾌활한 웃음 소리를 계속, 또 자주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