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교육감들은 성과 중심 인사제도 및 성과급제 폐지 등 6개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및 폐기가 긴급 안건으로 상정됐습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이 긴급 안건을 제의했고 반대 없이 곧바로 논의에 들어갔습니다.
조희연 서울 교육감은 “정권이 붕괴하고 있는 데에는 국정교과서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며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을 진지하게 검토 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장만채 전남교육감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중단 성명서 채택에 찬성한다”며 “교육부가 강행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건지 대안을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광주, 세종, 울산, 충북, 충남, 경남, 강원 교육감의 발언이 잇따랐고 국정화 중단 성명서 채택 찬성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다만 울산 김복만 교육감은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김 교육감은 “28일 현장 검토본이 나오고 난 뒤 내용이 좋으면 어떡할 건가”라며 “국정화 추진 중단 및 폐지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성명서 채택을 유보하자”고 말했습니다. 부산, 대전, 인천, 제주 등 교육감 4명은 침묵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성명서 발표에 함께 참석해 국정화 중단 촉구에 뜻을 모았습니다.
울산을 제외한 14명의 시도 교육감들은 성명서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가가 지정한 단일한 역사관만을 주입하겠다는 특정한 정치 목적을 드러낸 것으로 시대착오적인 역사교육의 퇴행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며 “대통령과 측근들에 의해 자행된 국정 농단, 교육 농단의 정황이 낱낱이 밝혀지는 현 상황에서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한 국정교과서는 국민의 신뢰조차 상실한 사망선고가 내려진 정책이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정화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어떠한 협조도 거부할 것이라며 교육부를 압박했습니다. 즉, 교육부가 28일 현장 검토본을 공개한 뒤 한 달가량 공개토론회를 열어 역사교사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인데 이 절차에 참여하지 않고, 전면 거부하겠다는 것입니다.
초·중등학교 교과서를 국정으로 할지, 검·인정으로 할지에 관한 책임은 교육부장관에게 있습니다. 국정은 국가에서 저작권을 가지고 편찬하는 단일 교과서이고, 검정은 출판사들이 다양하게 만든 교과서에 대해 교육부가 심사를 해 합격, 불합격을 판정해주는 제도입니다. 검·인정을 통과한 책이 교과서로 채택되는 것입니다. 역사교과서의 경우 지난2천14년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 왜곡 논란 당시 교육부가 한국사 8개 교과서의 오류와 서술 내용을 수정해 검정 승인을 해줬습니다. 그 뒤 교육부는 지난해10월12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구분고시에 관한 행정예고를 하고, 11월 3일 국정화 확정고시를 하며 완전히 상반된 입장으로 돌아선 것입니다.
이런 교육부의 태도는 부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24일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조영선 변호사가 “역사교과서 집필 기준을 공개하라”며 교육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정보 공개로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 손을 들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