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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길 잃은 창조경제센터…섬 어린이의 '발명가 꿈'은?

[리포트+] 길 잃은 창조경제센터…섬 어린이의 '발명가 꿈'은?
어린이가 "꿈이 발명가인데, 작은 섬에 살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사람이 없다"고 말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어린이날 발명가를 꿈꾸는 어린이에게 박근혜 대통령이 했던 덕담입니다.

과연 이 어린이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 가서 꿈을 키울 수 있을까요?

지금 상황만 보면 어려워 보입니다.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최순실 씨 측근인 차은택 씨가 창조경제추진단장을 맡아 사업에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죠.

정부와 지자체가 의혹을 피하고자 관련 예산을 대폭 깎으려고 하자, 이러다 사업이 아예 좌초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위기에 처한 창조경제혁신센터. 하지만, 위기는 훨씬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는 비판이 많았죠. 크게 3가지로 요약됩니다.

1) 정부가 대기업과 짝지어 센터의 특화사업 분야를 인위적으로 정해줬다.
2)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명분이 앞서 17개 지역에 형식적으로 센터를 배치했다.
3) 센터 직원 대부분을 계약직으로 뽑아 전문성이 부족하다.
전국에 배치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위치와 특화사업 분야, 직원 가운데 계약직 인원은 이렇다.
이런 비판들은 정부 주도 사업이 갖는 일반적인 한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민간의 자발적 노력을 이끌기보다 대기업의 자금 동원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거죠.

성과를 두고도 논란이 많습니다.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2,743개의 창업,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3천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죠. 또 1,400여 명의 신규 고용도 창출했다고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센터가 육성한 기업 중 민간 투자 유치를 받은 비율은 6%에 불과한데다, 고용 창출 효과도 그리 크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처음부터 잘못이었던 걸까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살펴보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은 맞습니다. 경제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고, 청년고용은 사상 최악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용률과 경제성장률은 OECD  평균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출발점은 답답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고민 위에 있는 셈이죠.

비록 비선 실세 개입으로 얼룩졌지만, 설립 취지는 긍정적이기에 지원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정권이 나쁘긴 해도 꿈을 가질 수 있는, 젊은이들이 할 수 있는 이 풍토 자체는 없어지면 안 됩니다.” (서영진 / 네오팝 대표이사)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말 뿐인 ‘창조경제’ 구호에 집착하지 말고, ‘생태계 구축’을 근본부터 고민해보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창조경제’란 본래 영국의 경영전략가 존 호킨스가 주장한 국가 경영이론입니다. 이를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핵심 어젠다로 삼은 뒤 국가 기조로 내세운 거죠.

호킨스는 2001년 저작 《THE CREATIVE ECONOMY》을 통해 개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수익을 내자는 전략을 소개했습니다.
존 호킨스는 창조경제를 설명하면서 "한 사람의 창의성이 개인적이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서 출발하여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새로운 수익 창출의 원천으로서 전 세계의 산업구조를 바꾸어 놓는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개인의 창의성이 시장에서 힘을 발휘하기 위한 전제로 생태계를 강조했습니다. 생태계가 갖춰야 할 조건은 이렇습니다.
 
□ 모든 참여자가 창의성에 대한 잠재력을 인지
□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환경 조성
□ 평등과 효율을 추구할 수 있는 시장

조건은 거창해 보여도, 생태계를 이루는 중심은 바로 창의성을 발휘할 개인, 특히 이 땅의 젊은이들입니다.

전문가들은 그런 점에 입각해 정부 주도와 전시 행정에 머무르고 있다고 비판받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창조경제는 결코 정권 차원의 구호가 아니라, 의식개혁 운동이며 생태계 개선 운동이다"고 말했다.
창조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토대부터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입니다.

(기획, 구성 : 임태우, 정윤교 / 디자인 : 임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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