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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중국어를 잘 한다는 딜레마(?)

중국에서 한국어 학습 붐이 일고 있다고 한다. 중국 요녕일보는 최근 북한과 접경지역인 단둥(丹東) 관뎬(寬甸)현 조선족 학교 재학생 237명 중 중국인 학생이 120명으로 절반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조선족이 직업을 찾아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한때 폐교 위기를 맞았던 이 학교는 중국인 학생에게 우리 말과 글을 가르치며 활기를 되찾았다는 것이다.
중국 단둥 조선족 학교
이 뿐만 아니다. 전싱(振興)구 성리제(勝利街)시장 상인 수백 명도 일선 행정기관에서 개설한 한국어 반에 참가해 일상 용어와 회화를 익히고 있다. 시장을 찾는 한국 손님들이 늘어남에 따라 상인들이 원활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 동안 한국학 관련 학자, 학생, 공무원 등 일부 관련 계층에서만 배우던 한국어가 중국 서민들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성리제 시장
한국에서 중국어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한참 됐다. 2002년 1년간 베이징에 어학연수 갔을 때다. 중국 전역에 걸쳐 유학 온 외국인 학생 비율 중 한국이 최고였다. 중국 중,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엄마와 자녀들만 중국에 온 소위 기러기 가족들도 상당 수였다. 앞으로 중국어가 대세가 될 것이라는 선견지명을 조기에 행동으로 옮긴 행동파들이다. 중국어도 배우고 영어도 배울 요량으로 중국의 외국인 학교로 자녀들만 유학 보내는 것도 한 때 한국에서 유행했다. 이 때문에 중국에 파견된 한국 주재원들이 자녀를 외국인 학교에 입학시키지 못하고 대기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외국인의 중국어 교육으로 특화된 중국 어언문화대학
문제는 이들이 학업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서 나타났다. 열심히 공부해서 베이징 대학, 칭화 대학 등 명문대학을 졸업했지만 한국에서 인정해 주는 곳이 별로 많지 않은데다 취업 시험은 주로 영어를 보기 때문에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국어 공부를 하기에도 벅차 영어에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해서다. 끝내 취업을 못한 이들 중 일부는 다시 필리핀 등지로 영어 어학연수를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조선족 인구는 2백만명 정도다. 중국 55개 소수 민족 중 13번째로 많다. 개혁, 개방과 한, 중 수교로 한국 대기업과 중소 사업가들이 중국에 진출할 때 통역과 현지 가이드 등으로 큰 도움을 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끔 한국말을 북한 식으로 어색하게 해서 그렇지 조선족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데다 임금도 한국인의 1/10 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의 조선족
영어, 일어 등 다른 외국어를 잘한다는 것과 중국어를 잘한다는 것은 상당히 다른 이야기다. 조선족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중국에 조기 유학을 갔다 해도 조선족만큼 중국을 잘 이해하고 중국어를 구사하긴 힘들다. 게다가 노동력도 너무 싸서 도무지 경쟁이 되지 않는다. 중국 현지에서 중국 기업에 취업하자니 임금이 턱 없이 싸고,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도 싸고 쓸만한 조선족을 선호하고, 한국에서 취업하자니 중국어로 뽑는 데가 별로 없고......딜레마다.

중국의 시대가 왔다고는 하지만 중국어만 잘해서 먹고 살기는 아직 멀었다. 이런 갭을 메우려면 10년은 넘게 걸릴 것 같다. 그 동안은 중국어 외에 외국어를 하나 더 해서 중국을 공략하는 것도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시노-아메리칸 스페셜리스트(Sino-American Specialist, 중-미 전문가), 시노-저먼 스페셜리스트(Sino-German Specialist, 중-독 전문가)처럼 미국계, 독일계 기업에 취업해서 중국 관련 일을 하는 방법이다. 어쩌겠는가? 숙련된 노동력 외에 부존자원이 별로 없고 주로 나라밖 국가들과 교역을 통해서 경제를 활성화할 수 밖에 없는 한국에서 태어난 운명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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