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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트럼프 TPP 탈퇴, 한국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

[리포트+] 트럼프 TPP 탈퇴, 한국이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
미국이 해외에 빼앗긴 ‘일자리 되찾기’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법과 일자리를 되찾기 위해 무역 분야에서 우리나라에 잠재적 재앙인 TPP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밝힐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현지시간으로 지난 2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시행할 정책을 설명하면서 취임 첫날부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조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 뒤 직접 TPP 탈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TPP를 탈퇴한다는 트럼프 당선인
TPP 폐기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등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공약이 현실화되면서, 세계 무역질서가 격랑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자유무역주의 기조가 트럼프식 보호무역주의로 바뀌면서, 무역 시장에 지각변동이 불가피해진 겁니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인 TPP는 8년에 걸친 협상 끝에 지난해 10월 타결돼 의회 승인 후 발효되는 수순을 남겨둔 단계였습니다.

하지만 미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반대해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아예 ‘TPP 탈퇴’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오바마 행정부는 임기 내 의회 비준을 포기한 상황입니다.
TPP가 도대체 뭐길래?
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고 캐나다, 멕시코, 페루, 칠레, 싱가포르, 브루나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이 참여하는 다자간 FTA입니다. 중국은 빠져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TPP를 아시아 회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해왔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일본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습니다.

TPP는 태평양을 둘러싼 지역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넓은 범위의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복수국간 FTA이지만 ‘예외 없는 관세 철폐’를 추구하는 등 무역분야의 포괄적인 자유화를 목표로 합니다.

한 마디로 FTA가 특정 국가와 1대 1 개념으로 협정을 맺는 것이라면, TPP는 여러 국가와 협정을 맺는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추진한 TPP
TPP에 참여한 국가의 인구수를 합하면 전 세계 인구의 11%를 차지하고, 201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비중이 세계 GDP의 37.1%에 달합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무역질서 주도권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TPP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보호무역주의를 기조로 하는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상황이 정반대가 된 겁니다.

■ RCEP와 FTAAP가 뜬다는데?

TPP 참가국 중 가장 큰 경제 규모를 가진 미국이 탈퇴하면 TPP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참가국은 TPP에서 눈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페루와 칠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FTAAP)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호주와 인도네시아에서는 RCEP에 집중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이죠.
RCEP와 FTAAP를 추진하는 중국
RCEP와 FTAAP는 모두 중국이 주도하는 협정입니다. TPP와 달리 우리나라가 포함돼 있고, 두 협정 모두 미국이 주도하는 TPP에 대항하는 성격이 강하죠.

RCEP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 뉴질랜드, 인도 등 총 16개국의 관세 장벽 철폐를 목표로 하는 다자간 무역협정입니다. TPP에 중국이 빠졌다면 RCEP에는 미국이 빠져 있습니다.

FTAAP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정으로 ‘메가 FTA’라고 불리죠. TPP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중국은 자기가 주도하는 RCEP와 FTAAP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 우리나라에는 어떤 영향이?

미국의 TPP 탈퇴는 우리나라에 ‘양날의 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살펴보면 TTP 와해는 한국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 시장을 놓고 경합 중인 일본이 TPP를 주도하고, 우리나라는 가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최악이라면 TPP 무산은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기업은 TPP가 발효되는 즉시 일본 제품에 붙는 관세가 철폐되는 등 TPP에 참여하는 일본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생기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실제 TPP 체제에서 일본은 최대 수혜국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 TPP 가입국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은 15.2%에 불과하지만, 관세 부과 대상 품목에 대한 대미 수출액은 756억 달러로 TPP 국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가 TPP의 전략적 대항마 차원에서 참여를 추진 중인 RCEP와 FTAAP가 타결되면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TPP는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3%지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21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FTAAP는 50%에 육박하기 때문이죠.
TPP의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
부정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트럼프가 TPP 대신 양자 무역 협상을 거론한 것은 미국이 앞으로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주요 무역 상대국과 개별 협상하면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나라별로 각개 격파 하는 식으로 미국의 이익을 관철해 내겠다는 뜻입니다.

TPP 탈퇴처럼 보호무역주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습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면 우리나라 수출 시장에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내년인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총수출손실 269억 달러, 일자리 24만 개가 없어질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습니다.

환율 관련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 상무부는 한국을 중국, 독일 등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상태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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