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베 총리의 출퇴근은?
최근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동안 본관(업무공간)이 아닌 관저(생활공간)에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야당 측이 "그럼 출근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하자, 청와대는 "대통령은 출퇴근의 개념이 아닌 모든 시간이 근무시간"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어떨까요? 우선 아래 사진에서 우리 청와대에 해당하는 일본 총리관저를 살펴보겠습니다. 크게는 관저(업무공간)와 공저(생활공간)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총리관저 홈페이지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관저와 공저는 같은 부지 내에 세워져 있습니다. 관저는 업무를 보는 곳, 공저는 총리의 집(생활공간)입니다. 관저에는 총리 외에도 관방장관 등의 집무실이 있고, 각의 등 중요한 회의가 열립니다. 공저는 총리와 가족이 생활하는 장소입니다." [클릭]
아래 사진은 아베 총리의 지난 1일과 9일 오전 일정(산케이신문)입니다. 1일에는 오전 8시9분 공저를 출발해 11분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9일에는 9시21분 '걸어서' 공저를 출발해 22분 관저에 도착했습니다. 1,2분 거리지만, 분명히 출근 개념을 나눠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도 취임 당시 "24시간 근무체계로 일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출퇴근 개념 없이 일하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적으론 출퇴근 개념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되도록 업무는 업무공간인 관저로 출근해서 처리합니다. 대표적으로 11월10일 오전 7시30분 도쿄시내 사저를 출발해 관저에 도착한 직후 7시42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와의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전화통화를 공저(생활공간)에서 하지 않고,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관저(업무공간)에서 한 겁니다.
2. 만나고, 밥먹는 모든 상대와 시간, 장소가 공개
물론 총리의 '당일' 일정은 경호 등의 문제를 고려해 공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날 일정'은 다릅니다. 위 신문들을 보면 알겠지만, 총리관저뿐 아니라 관저 밖에서의 회의, 만남, 식사까지 모두 기록됩니다. 아래 8월16일 여름 휴가 일정을 보면, 오전에 후지TV 회장과 골프를 쳤고, 저녁에는 호텔 '마운트 후지' 내 연회장 '메뉴에트'에서 식사도 했습니다. 정언 유착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셈입니다. 셈이죠. 일본 기자에게 "왜 식당 이름까지 공개하느냐"고 물어보니 "불필요하게 식당이 홍보되는 문제보다 총리 행동을 향후에 검증할 수 있다는 이익이 더 크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저 기록 사이사이에 아베 총리가 비선 실세를 만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저 기록을 하는 사람을 피해 '숨어서' 만나야 합니다. 최순실이 아베 총리의 비선 실세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3. 평일뿐 아니라 주말 이발소 방문과 건강검진도 공개
우리 대통령의 경우 주말 일정은 거의 공개되지 않습니다. 휴가기간 역시 나중에 사진이 배포되는 정도입니다. 반면 아베 총리는 여름휴가기간 매일매일 일정이 공개됩니다. 주말도 예외가 아닙니다. 10월15일 토요일에는 미용실 '헤어 게스트'에서 이발을 했고요, 29일 토요일에는 게이오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습니다.
일본처럼 국가 수반의 일정을 세세하게 공개하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우리도 일본처럼 이렇게 하자"고 말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일본이 총리의 일정을 이렇게 공개하는 이유와 그 철학을 생각해보자는 겁니다.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리면 내각 해산이 불가피하고, 밀실 행정으로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것, 권력의 부정을 차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국가운영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공감대가 있는 겁니다.
청와대가 '세월호 7시간'을 철저히 숨기는 이유를 일본 정치인들과 언론, 그리고 일본 국민들이 절대 이해하지 못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