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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통령은 증인으로 법정에 설 수 있을까?

[취재파일] 대통령은 증인으로 법정에 설 수 있을까?
검찰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을 바꿨습니다. 중립적이지 못한 검찰의 조사는 받지 않고 특검 조사에 응하겠다는 겁니다. 하지만, 검찰은 속수무책입니다. 바로 헌법에 대통령 불소추 특권이 명시된 그 취지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재판을 받게 되면 국정 공백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국정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속'을 전제로 한 강제수사 카드는 검찰이 꺼내 들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재판정에선 어떨까요? 재판에 넘겨져 곧 첫 재판을 앞둔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의 재판에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건 가능할지 말입니다. 일단 '불소추 특권'처럼 애초에 증인신문을 피해갈 수 있는 특권은 없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어떻게 될지는 대통령이 특검이나 검찰의 조사를 받기 전과 후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피고인이 아닌 사람이 증인으로 서는 경우는 작성된 조서 내용에 대해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았을 때입니다.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조서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모두가 있는 재판정에서 다 같이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거죠. 판사도, 검사도, 피고인(의 변호인)도 모두 다 함께 말입니다.

하지만, 이 경우 박 대통령이 증인으로 출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피고인들이 박 대통령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택하는 데 반대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이 검찰 조사에서 모든 걸 시인하는 취지로 진술하지 않는 이상, 박 대통령의 진술조서는 이들에게는 유리한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조사를 받기 전에 증인으로 채택된다면 상황은 조금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검찰이 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다면, "원래 조사했어야 하는 인물인데 사정상 조사하지 못했다, 사건 규명에 중요한 인물인 만큼 법정에서라도 이야기를 들어보겠다"는 논리를 펼칠 겁니다. 사실 일반 참고인인 경우, 거의 대부분 이런 논리로 증인신청한다고 보면 됩니다.
검찰
하지만, 상대가 대통령인지라 검찰이 조금 망설일 수 있습니다. 행정기관 중 하나에 불과한 검찰이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을 법정에 세우는 것이기 때문이죠.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논리로 검찰이 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한다면 '공소장에 공모했다고 적시한 것 보다 더 큰 결심을 한 것'이라고들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요즘 청와대와 검찰이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보자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을 것 같습니다. (관련 8뉴스 ▶ 예우해줬더니 "사상누각" 발언…발끈한 검찰, ▶ [단독] "파일 10초만 공개해도…" 검찰의 경고)

이 경우 재판장이 필요성을 인정하면 제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법정에 나와야 합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에 응하지 않으면 5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고, 그래도 나오지 않을 경우 법원이 구인장을 발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고 국가 이익을 해하는 경우 신문하지 못한다'는 형사소송법 147조를 들며 증인출석을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검찰이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 했을 때 청와대가 거부했던 논리와 거의 비슷한 겁니다.

다만, 기관장인 박 대통령 스스로 본인의 출석을 불허한다는 논리는 뭔가 맞지 않는 느낌이고, 이미 공소장에 명시된 내용들이 '비밀'에 속한다는 논리도 재판부에서 쉽사리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기소되거나 유죄판결을 받을 것으로 염려되는 증언은 거부할 수 있다'는 같은 법 148조를 근거로 들 수도 있지만, 스스로 떳떳하다고 주장하는 박 대통령이 이 조항을 활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이 특검 조사를 받기 전에 검찰이 박 대통령을 증인으로 신청할 경우, 법원에 출석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어디까지나 법적으로 봤을 때입니다. 국민들이 과연 지금의 사태를 법적으로만 해결하는 걸 바라는지는 의문입니다. 대통령이 법적으로 망신당하는 것 보다는 정치적 책임을 지고 사회적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더 기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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