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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물고기 잡는 갑판 위에서 영화를…북한 선박에서 영화가 상영된 이유

[취재파일] 물고기 잡는 갑판 위에서 영화를…북한 선박에서 영화가 상영된 이유
11월 21일 조선중앙TV의 메인뉴스인 저녁 8시 ‘보도’에는 다소 희한한 장면이 보도됐다. 물고기를 잡으러 바다로 나간 배의 갑판 위에서 선원들이 모여 앉아 영화를 감상하는 모습이 방송된 것이다. 선체의 한 부분을 스크린 삼아 영화가 상영됐는데, 영화 상영 뒤에는 어로 작업을 격려하는 ‘예술선전대’들이 갑판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방송됐다.
 
북한의 노력동원 현장에서 노래공연 같은 선전대의 활동이 펼쳐지는 것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 중의 하나다. 건설현장에서도 탄광에서도 모내기작업장에서도 선전대는 등장한다. 자본주의처럼 돈으로 근로의욕을 불러일으킬 수 없는 사회주의에서 선전대를 통한 근로의욕 장려는 체제 유지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바다 가운데까지 가서 영화를 틀고 공연까지 펼친 것은 그리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보통은 배 타기 전 선착장에서 선전활동을 하는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바다 가운데까지 선전대들이 출동한 것도 그렇지만, 영사기까지 들고 가 배 위에서 영화를 상영한 것은 북한 당국이 지금 물고기잡기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김정은, 수산사업소 방문해 ‘물고기잡이’ 강조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11월 17일과 20일(보도일 기준) 연이어 인민군 산하 수산사업소를 방문했다. 연간 물고기잡이 목표를 11월 7일까지 앞서 달성한 수산부문 일꾼들을 격려하기 위해서이다. 북한 보도에 의하면, 어로공들이 날마다 최고 1만여톤의 도루묵을 잡는 성과를 거뒀고, 지난해 집중어로전투기간에 잡은 물고기보다 두 배나 많은 물고기들을 올해 잡았다고 한다.
 
김정은은 올해 뿐 아니라 지난해에도 ‘물고기잡이 전투’를 유난히 강조했다. “연간 물고기 생산량을 비약적으로 늘리기 위한 통이 큰 목표를 세우고 투쟁해야 한다”며, “수산부문의 일꾼들과 어로공들이 비상한 각오와 결심을 가지고 황금해의 역사를 빛내어나가는데 앞장설 것”(지난해 11월 25일 조선중앙TV 보도)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이러한 요구에 따라 물고기잡이에서 혁신을 일으켜나가자는 캠페인이 만들어졌고, 각 수산사업소마다 물고기잡이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혈안이 되는 상황이 됐다. 
북한 갑판 영화감상
● 무리한 조업 부추겨 선원들 위험에 빠트릴 우려
 
김정은이 물고기잡이를 강조하는 것은 물고기잡이가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쌀과 옥수수 등 기초적인 곡물 생산도 중요하지만, 북한 주민들에게 육류나 생선도 적당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하는데 육류 생산은 단번에 늘릴 수가 없다. 소나 돼지 숫자가 갑자기 늘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생선은 바다에 널려 있고 물고기를 많이 잡아오기만 하면 되니 어로공들을 다그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물고기잡이 독려’가 어로공들을 무리한 조업으로 내몰지 않을까 우려된다. 북한은 지난해 어로작업을 독려하면서 높은 파도 속에 조업을 강행하는 어선들을 당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로 포장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기까지 했다. 그 결과, 일본 서부 해안에서는 북한 어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들과 선원들의 시신들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김정은까지 나서 다시 물고기잡이를 강조하는 것이 또다시 무리한 조업을 부추겨 무고한 선원들의 생명을 앗아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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