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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박근혜 흔적 지우기…세종시청 친필에 계고장

[취재파일] 박근혜 흔적 지우기…세종시청 친필에 계고장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에는 금강을 사이에 두고 북쪽에 총리실 등 중앙행정기관이 입주해 있고 남쪽에는 시청 등 자치단체 건물이 들어서있습니다. 17번째 광역자치단체이자 첫 특별자치시인 세종시는 지난 2012년 7월1일 공식 출범했습니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행정수도건설을 내건 뒤 위헌시비와 행정도시 수정논쟁 등을 거친지 10년만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중앙행정기관들의 이전은 진행됐고, 지난해 7월에는 세종특별자치시청이 금강 남쪽에 새 건물을 지어 문을 열었습니다.

세종시청 후문근처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글씨가 큼지막하게 씌어있는 표지석이 서 있습니다. 지난해 7월16일 개청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돌 표면에 ‘세종특별자치시청’이란 친필휘호가  새겨져있습니다.
세종특별자치시청 박근혜 친필 표지석
최순실 국정농단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사실에 울화통이 터진 세종시민들은 표지석에 계고장을 붙이고 박근혜 흔적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계고장은 불법시설물을 강제집행하기에 앞서 스스로 치우라고 알리는 일종의 경고장입니다.
박근혜 흔적 지우기
“이곳에 설치된 표석에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국민에게 큰 충격과 수치를 안겨준 박근혜 대통령의 글씨가 새겨져있습니다. 대한민국 헌법정신을 존중하고 민주주의사회를 염원하는 세종의 시민들은 주권자의 이름으로 즉각 철거를 명합니다” ‘충격’과 ‘수치’라는 단어에 현 시국을 바라보는 세종시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박근혜 흔적 지우기
노동, 농민, 시민, 종교 등 38개 단체는 표지석 철거운동에 맞춰 세종시청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세종행동본부발족식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박 대통령 글씨위에는 쪽지 글을 다닥다닥 붙여 누더기로 만들었습니다. 
박근혜 흔적 지우기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가 전국에서 타오른 지난 주말, 세종시민 2천5백여명도 총리실 앞 호수공원 수상공연장에 모여 목이 터져라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를 외쳤습니다. 세종시에는 중앙공무원수만 1만3천 여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신분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자녀 손을 잡고오거나 부부끼리, 연인끼리, 또는 홀로 촛불을 든 시민 가운데 공무원들도 적지 않았다고 주최측은 밝혔습니다.

지난5일 첫 집회 이후 갈수록 촛불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또 LED촛불 비용으로 자율적 성금을 모으는 모금함에도 시민들의 뜨거운 성원이 이어졌습니다. 주최측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집회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릴 만큼 성능 좋은 앰프를 구입했다고 고마움을 나타냈습니다.
박근혜 흔적 지우기
어둠이 깊어지자 시민들은 호수공원 수상공연장을 떠나 총리실 앞을 거쳐 환경부근처 정부청사 민원동까지 약 2km가량 거리행진을 벌였습니다. “박근혜 퇴진” “새누리당 해체” 구호가 정부세종청사를 울리며 밤공기를 타고 광화문 너머 청와대로 향했습니다.
박근혜 퇴진 촛불시위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세종시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교육과학중심 경제도시’란 ‘세종시 수정안’에 서슬 퍼렇게 맞서며 원안고수에 플러스알파 공약을 내걸어 충청도 표심을 긁어모았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박빙의 선거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데는 세종시 공약이 큰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선거의 여왕’ 답게 캐스팅보트가 될 곳의 표심을 정확히 알고 공략을한 것입니다. 박 대통령의 세종시에 대한 관심은 거기까지였습니다.

지난2천13년 2월25일 대통령에 취임한 뒤 임기가 반환점을 돌아 3분의2를 넘겼지만 세종시민과 충청도민들이 바라는 플러스 알파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플러스 알파는 그만두고라도 이전대상인 미래창조과학부가 과천에서 꿈쩍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세종 신도시 건설을 맡고 있는 행복도시건설청의 예산도 해마다 줄고 있습니다. 이렇다보니 당초 계획보다 도시성장이 느려지고 있습니다. 인구수만 봐도 1단계인 15년까지 목표인구가 15만명에 미달했고, 이상태로 가면 2단계인 20년까지 30만명 목표는 거의 불가능하지 않느냐는 회의론이 나오고있습니다.

세종시 지원에 대한 박 대통령의 나몰라라하는 태도에 최순실 국정농단의 몸통이란 사실이 겹쳐지면서 세종시민들의 원성과 분노가 더 들끓고 있는 것입니다. 국정을 기획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들의 자괴감과 사기추락까지 겹치면서 정부세종청사의 공기도 무겁게 가라앉았습니다.

세종시 덕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 박 대통령이 보답할 길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하루빨리 내려오라”는 주권자들의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것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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