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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제일기획 출신이 제일기획 선정"

[취재파일][단독] 평창올림픽 "제일기획 출신이 제일기획 선정"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6.11.21 14:15 수정 2016.11.23 11: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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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2개월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며 국민적 관심 저하에 후원 계약까지 지지부진하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개회식과 폐회식을 실제로 연출할 대행사 선정도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삼성그룹 산하 제일기획 출신들이 제일기획을 662억 원 규모의 개폐회식 대행사로 선정했다는 폭로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평창올림픽 제안요청서제일기획은 올해 1월 최순실 씨의 케이스포츠 재단에 10억 원을 냈습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위인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은 지난 6월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 국제부위원장에 부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평창 조직위는 한 달 뒤인 7월 22일 개폐회식 대행사 선정을 위한 <사전규격공고>를 발표했다가 얼마 뒤 이 문서를 삭제했습니다.

SBS가 단독 입수한 <사전규격공고>에 따르면  “제안사 및 협력사의 임직원 또는 고문이 조직위원회 개폐회식 기획위원, 총감독 및 감독단으로 있는 업체는 입찰참가가 제한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10일 뒤인 8월 1일 조직위가 내놓은 <최종공고>에서는 다른 내용은 거의 <사전규격공고>와 같지만 유독 입찰 참가 제한 조항만 빠져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아래 사진을 보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전규격공고 최종 공고 평창 조직위원회에서 개폐회식 대행사 선정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은 의식행사부장 A씨입니다. A씨는 제일기획에서 18년간 근무하며 국장까지 지낸 인물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자 조직위에서 개폐회식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조직위에서 A씨의 직속 부하로 근무하는 2명도 제일기획에서 온 사람들입니다.

평창 조직위는 지난 9월 21일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11월 1일 제일기획 컨소시엄과 대행사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제일기획 출신들이 제일기획을 대행사로 선정하는데 관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평창조직위의 관계자는 “A씨를 비롯한 몇 명의 조직위 직원들은 현직이 아니라 제일기획에서 일하다 사표를 내고 온 사람들이다. 따라서 제일기획이 대행사로 선정되는데 결격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과거 제일기획 출신이 제일기획을 선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 왜 평창 조직위는 입찰 참가 제한 조항을 갑자기 삭제했을까요? 누가 봐도 오해의 소지가 분명한데도 말입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특정인이 특정업체와 관련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업체가 입찰에 아예 나서지 못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판단해 조달청과 협의해 삭제하기로 했다"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그럼 다른 국제대회는 어땠을까요? 국내에서 치러진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2015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 2015 세계군인체육대회의 개폐회식 대행사 선정의 경우, 공정한 입찰을 위해 모두 입찰 참가 제한사항을 명시했습니다. 그런데 유독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입찰 최종 공고에는 <사전규격공고>와는 다르게 입찰 참가 제한 사항만 삭제된 것입니다. 인천아시안게임 최종 공고 개폐회식 대행사 선정에 참가한 한 관계자는 "제일기획 사장 김재열 씨가 평창 조직위 국제 부위원장인데다 대행사 선정을 주도한 조직위 직원들의 바로 전 근무지가 제일기획이기 때문에 사실상 제일기획이 제일기획을 선정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제일기획 출신의 A씨가 심사위원단 선정과 관련하여 사전에 개별접촉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조달청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입찰업무의 경우 공정성을 위해 조달청 자체의 심사위원 풀로 진행되고, 무엇보다 심사위원 선정통보 또한 보안을 위해 조달청에서 유선으로 연락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평창 조직위에서 선정해 놓은 일부 자문단과 전문감독단이 심사과정에 참여하게 되었고, A씨는 사전에 전화를 걸어 해당 심사일에 참여 가능 여부를 타진했고, 감독단과 연락수단이었던 카카오톡 단체방에 “심사위원으로 선정되신 분들은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달라”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파악하기 위해 저는 A씨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일기획 출신들이 제일기획 컨소시엄을 선정하는데 관여한 것은 불법 여부를 떠나 도덕적으로 정당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후보 2명 가운데 1명을 대표로 선발하는데 만약 심사위원장이 특정 선수 1명을 10년간이나 가르쳤던 지도자라면 다른 선수가 탈락했을 경우 심사 결과를 흔쾌히 승복할 수 있겠습니까?  

제일기획 컨소시엄에 참가한 B업체에 대해서도 참 말이 많습니다. 제일기획 컨소시엄은 제일기획이 51%를, B업체는 10%의 지분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업체의 회장이 최순실 씨 세력인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오랫동안 친분을 쌓은 사람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씨의 고등학교 친구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습니다.

지구촌 축제인 평창 올림픽은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습니다. 이러다간 국민의 철저한 외면 속에 역대 최악의 대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평창 조직위원회는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하루빨리 납득할 수 있는 명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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