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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북한의 숨은 실세…김정은 밀착 보좌

[취재파일] 북한의 숨은 실세…김정은 밀착 보좌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이 5개월 가까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김정은의 공식 행사에서 호명되는 수행자 명단에 김여정의 이름이 오르지 않은 지가 5개월 가까이 돼 가는 것이다. 김여정의 행적이 드러난 것은 지난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 13기 4차 회의 때 주석단이 아닌 방청석에 앉아있는 모습이 노동신문 사진을 통해 확인된 것이 마지막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19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이 간부의 사소한 실수도 수시로 처벌하는 등 권력 남용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최근 공개 활동이 없는 것을 보면 신병 치료나 임신의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이라는 공식 직책을 뛰어넘어 김정은의 지근 거리에서 막강한 위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최근에는 아프거나 임신 때문에 활동이 뜸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이다.

● 김여정, 지난 14일 ‘김정은 기록 영화’에서 다시 포착돼
 
그런데, 이런 김여정의 모습이 최근 다시 포착됐다. 북한이 지난 14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송한 김정은 관련 기록 영화에서이다. 북한이 이날 방송한 기록 영화는 김정은이 올해 9월과 10월 공개 활동을 한 모습들을 담은 것이었는데, 김정은이 지난달 30일(보도일 기준) 직업총동맹 제7차 대회 참가자들과 기념 사진을 찍는 장면에서 김여정이 등장했다. 김정은이 참가자 대표들로부터 꽃다발을 받을 때 김여정이 김정은 주변으로 다가와 꽃다발을 받아주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꽃다발을 건네받는 김여정의 모습에서 아프다거나 임신을 했다는 징후는 전혀 포착되지 않았다. 주변에 다른 간부들이 있었지만 김정은 주변에서의 일을 챙기는 것은 김여정의 당연한 임무인 양, 김정은이 꽃다발을 받을 상황이 되자 김여정이 어디선가 나타나 김정은의 꽃다발을 건네받은 것이다. 김정은의 공식 행사를 사실상 주관하며 실질적인 ‘권력서열 2위’라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 수행자 명단에서는 김여정 이름 빠져…의도적 ‘실세’ 감추기

북한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김정은의 기념 사진 촬영 소식을 처음 보도했을 당시 수행자 명단에서 김여정을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 매체에서 기념 사진 촬영을 수행한 사람으로 언급된 사람들은 최룡해, 김기남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리일환 당 중앙위 부장, 주영길 직업총동맹 중앙위 위원장이 전부였다. 김여정이 김정은을 가까이에서 수행하고 있었는데도 의도적으로 김여정의 이름을 빠트린 것이다.

이런 사례로 보면, 김여정이 지난 7월 이후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관측은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김여정이 공식 석상에서 활동하지 않고 있다기보다는 김여정 보도를 의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다. 대외적으로 부각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공식 수행자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지만, 김여정은 여전히 숨은 실세로서 김정은 주변에서 주요한 국정을 챙기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국정원이 추정한 것처럼 아프거나 임신한 것도 아닌 것 같다.

북한이 김여정의 활동을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는 것은 20-30대의 젊은 남매가 나라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외부의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올해 32살, 김여정이 올해 29살인데 김정은은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김여정까지 공개 활동 모습을 자주 보이면서 실세로 부각되는 것이 북한으로서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김여정은 여전히 숨은 실세로서 김정은 주변의 일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일수록 최고지도자와의 거리는 권력의 크기를 의미한다. 북한의 공식기구인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당 정무국의 중앙위 부위원장들보다 김여정의 영향력이 훨씬 클 것이라는 얘기다. 공식기구보다 측근이나 가족에 의존하는 정치, 후진적일뿐더러 효율적이지도 않고 최선의 결과를 내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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