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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첫 승소까지 걸린 5년…"죽은 아이에 판결문이라도"

[리포트+] 첫 승소까지 걸린 5년…"죽은 아이에 판결문이라도"
“아이가 있는 납골당에 판결문이라도 갖다 주고 싶었습니다.”
재판에서 이기고도 슬퍼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지난 15일 가습기 살균제 제조업체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이긴 예안이 아빠였죠.

예안이 아빠를 포함한 피해자 10명은 법원으로부터 피해 정도에 따라 1천만 원부터 1억 원까지의 손해 배상액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배상받은 돈으로 치료받아야 할 예안이는 이미 세상에 없습니다.
기쁜 판결에도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예안이 아빠는 악몽과도 같은 지난 5년 가량의 시간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해 가을쯤 예안이 아빠는 
육아박람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세퓨’ 6박스를 사왔습니다.
감기라고 생각하고 동네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넉 달 뒤인 2011년 8월 31일, 
원인 모를 신생아와 산모들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습니다.
  2014년 3월 환경부는 2년 7개월 만에 
조사 결과와 피해자 대책을 발표했죠.
  소송 2년 3개월 만에 법원은 
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법원은 예안이 아빠가 낸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헌법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다고 돼 있지만, 국회와 정부 누구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2010년 6월, 딸이 태어났습니다. 예안이라는 예쁜 이름을 지어줬죠.

그해 가을쯤 예안이 아빠는 육아박람회에서 가습기 살균제 ‘세퓨’ 6박스를 사왔습니다. 누구보다 딸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었죠.

넉 달 동안 하루에 한 포씩, 매일 10시간 사용했습니다. 그즈음 예안이가 마른 기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감기라고 생각하고 동네 병원을 찾아다녔지만, 증상은 갈수록 심해졌습니다.

결국, 2011년 4월 예안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돌잔치를 불과 두 달 남겨놓고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넉 달 뒤인 2011년 8월 31일, 원인 모를 신생아와 산모들의 사망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라는 정부 발표가 나왔습니다.

2012년 12월, 민관 공동으로 꾸려진 조사위원회는 가습기 살균제에 따른 폐질환 피해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사이 예안이 아빠는 국회는 물론,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을 찾아다니며 진실을 밝혀달라고 호소했습니다.

2014년 3월 환경부는 2년 7개월 만에 조사 결과와 피해자 대책을 발표했죠. 하지만, 비극을 안겨 준 가해자를 처벌하고 그들로부터 보상받는 일은 피해자 몫이었죠.

지난 2014년 8월 예안이 아빠는 같은 ‘세퓨’ 피해자들과 함께 세퓨 제조업체와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세퓨는 제조업체가 아무 전문 지식이 없이 인터넷을 보면서 독성 화학물질을 마구 섞어 만든 제품이었습니다. 독성물질 농도는 같은 가습기 살균제인 옥시 제품의 4배에 달했죠.

소송 2년 3개월 만에 법원은 가해 기업의 책임을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예안이를 고통에 빠뜨린 ‘세퓨’ 제조업체는 이미 2011년 폐업했습니다. 피해자들은 보상받을 길이 없었죠.

예안이 아빠는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끝까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고통받고 떠난 예안이에게 해줄 게 판결문 외엔 없었으니까요.

법원은 예안이 아빠가 낸 국가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의 관리감독상 책임을 입증하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습니다.

“헌법에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준다고 돼 있지만, 국회와 정부 누구도 국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난 것이 후회스럽습니다.”

예안이 아빠는 비록 증거가 부족했을 뿐, 앞으로 국가 책임 부분도 끝까지 밝혀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가야죠. 그게 먼저 간 아이에 대한 제 책임이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송희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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