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리포트+] 대통령 단골병원·의사 특혜 의혹…수사 대상 오를까?

[리포트+] 대통령 단골병원·의사 특혜 의혹…수사 대상 오를까?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이 있습니다. 긴 꼬리가 여러 개였던 걸까요?

현 정권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과 드러나고 있는 사실을 보면 도대체 '최순실 게이트'가 어디까지인지 범위를 예측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의료계로 확산된 최순실 게이트
문화·체육계에서 시작된 최순실 게이트는 지난 8일 의료계로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최 씨가 자주 다녔던 서울 강남의 한 병원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의료계에서도 꼬리가 잡힌 겁니다.

특히 의료계와 관련된 최순실 게이트가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과 관련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리처방, 태반주사·신데렐라 주사 등 각종 영양 주사, 또 TV 드라마 속 여주인공 이름이었던 '길라임'까지. 자고 나면 새롭게 불거지는 최 씨 관련 의혹과 쏟아지는 보도에 사건의 흐름이나 맥락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이번엔 의료 방면의 최순실 게이트를 정리했습니다.

김영재 의원, 차움 의원, 김상만 의사 등이 사건을 이해하는 핵심 열쇳말입니다.
단골 병원에는 특별한 게 있다
의료계에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 게이트’ 의혹은 최 씨와 딸 정유라가 단골로 다니던 '김영재 의원(성형외과)’이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청와대 조원동 당시 경제수석이 나서서 김영재 의원의 해외진출 시도에 관여했다는 건데요. 왜 청와대 경제수석이 본인의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특정 개인 병원의 해외 진출 시도에 나섰냐는 겁니다.

조 수석은 지난 2014년, 컨설팅업체에 전화를 걸어 김영재 의원의 해외진출을 도우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김영재 의원의 해외 진출은 무산됐고, 3개월 뒤 조 수석은 교체됐습니다.

자격 논란 의혹도 있습니다.

김영재 의원의 원장인 김영재 씨는 전문의 자격증이 없는 일반의입니다. 의원급 병원을 개원해 성형외과 진료를 봐왔죠.

그런데 지난 7월, 김 원장이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됐습니다. 전문의도 아닌 일반의가 서울대병원의 외래교수로 위촉된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지적입니다.

김 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세 차례나 동행했다는 점도 의심을 사고 있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김 원장의 처남이 대표로 있는 신생 화장품업체가 '하늘의 별 따기'라는 서울 시내 대형면세점에 입점하면서, 특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차병원 의혹
김영재 의원 이외에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병원은 또 있습니다. 바로 ‘차움의원’이죠.

연간 회원권만 1억 5000만 원을 호가하는 차병원그룹의 건강관리 전담 병원인데, 최순실 씨와 언니 최순득 씨, 딸 정유라 씨, 조카 장시호 씨까지 모두 이 병원의 회원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차움의원의 모(母 )병원인 차병원이 현 정부의 각종 사업에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올 1월, 박근혜 대통령은 차병원이 운영하는 연구소에서 합동 업무보고를 받았습니다. 공교롭게도 차병원은 3개월쯤 뒤인 올 4월 연구 중심병원으로 선정됐습니다. 오는 2024년까지 192억 원을 지원받을 예정이죠. 이어 올 5월과 6월에는 박 대통령의 해외순방에도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기도 했습니다.

차병원은 보건복지부로부터 7년 동안 중단됐던 줄기세포 연구에 관해 조건부 승인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192억 원의 국고 지원과 차병원의 줄기세포 연구 조건부 승인은 통상적인 절차에 의해 진행된 것으로 최순실 특혜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한 상태입니다.
김상만 씨를 아시나요
의료계로 확산된 최순실 게이트 의혹을 더 살펴보기 전에, 꼭 알고 가야 하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김상만 의사입니다.

김 의사는 현재 대통령의 자문의이자, 녹십자 아이메드 의원의 원장입니다. 그는 어떻게 박근혜 대통령의 자문의가 됐을까요?

2008년부터 차병원 소속이었던 김 의사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차움의원에서 근무했습니다. 김 의사가 박 대통령과 인연이 닿은 것은 2010년의 일입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부터 김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왔습니다. 당선 이후, 김 의사는 대통령 자문의 중 한 명으로 임명됐죠.

김 의사는 최순실 씨의 진료도 맡은 적이 있습니다. 차움의원에서 근무하던 시절, 최 씨와 최 씨의 언니인 최순득 씨의 진료를 담당했던 겁니다.

일각에서는 김 의사가 박 대통령의 자문의가 된 과정에도 특혜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초대 주치의로 알려진 이병석 세브란스병원장에 따르면, 김 의사는 초기 자문의 명단에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문의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 김 의사가 참석했고, 그 이후 위촉장을 받았다는 겁니다.

김 의사는 지난달 30일, 최 씨가 귀국하기 직전에 차움의원 의사에게 ‘최 씨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허위 진단서 작성도 의뢰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대통령이 대리처방을 받은 이유
최순실 씨의 단골 의원들이 특혜 의혹으로 논란이 되면서, 새로운 의혹의 꼬리들도 나타났습니다.

바로 최순실 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처방을 받았다는 의혹입니다. 이 의혹에서 대통령 자문의인 김상만 의사가 등장하죠.

대리처방 의혹이 불거지자, 보건복지부는 조사에 나섰는데요. 지난 15일, “의사 김상만 씨가 최 씨 자매에게 박 대통령의 주사제를 대리처방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의사는 “최순득 씨 이름으로 처방해 직접 청와대로 가져가 정맥주사는 간호장교가, 피하주사는 직접 놨다”고 진술하기도 했죠.

조사 결과, 박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기 이전에는 ‘대표’, 당선된 이후에는 ‘청’ ‘안가’ ‘VIP’ 등의 표시가 최 씨 자매(최순실·최순득)의 진료기록에 30여 차례 기재돼 있었습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13년 3월 25일부터 2014년 3월 17일까지 최 씨 자매(최순실·최순득)의 진료기록에서 ‘청’ ‘안가’라는 단어만 13번 등장했죠.
최순득 진료기록부
박 대통령이 맞은 주사제 중에는 간 기능 개선과 피로 회복에 좋다는 ‘태반주사’와 항산화 기능의 ‘백옥주사’, 피부를 젊게한다는 일명 ‘신데렐라 주사’ 등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청와대 의무실에는 보통 비타민제만 있을 뿐 대리처방된 태반주사·백옥 주사 같은 특수한 주사제는 없습니다. 대리처방된 이유가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대목입니다.  (▶태반·백옥 주사...대통령이 맞은 주사는? 11월 16일 SBS 8뉴스)

또 다른 진료기록에는 간호장교가 채취해온 대통령의 혈액을 최순실 씨 이름으로 검사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의료계는 “대통령 혈액을 민간 병원에 반출하는 건 국가 기밀을 유출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통령 혈액, 주치의 두고 왜 차움으로 갔나? SBS 11월 17일 8뉴스)

보건 당국은 김 의사를 의료법 위반 혐의로 형사 고발하고, 수사 당국에 추가 수사를 의뢰한다는 방침입니다.
길라임은 왜 등장했나
차움의원의 VIP 시설을 이용하려면, 연간 1억5000만 원가량인 회원권을 구매해야 하죠. 그런데 이 병원의 VIP시설을 모두 이용하면서, 수납하지 않은 고객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바로 '길라임' 씨입니다.

지난 15일, 한 언론사의 보도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인 2011년, 차움의원을 이용할 때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길라임은 2011년 당시 방영됐던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여주인공 이름입니다.

추가로 박 대통령이 병원 비용을 수납하지 않았다는 병원 관계자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평균적으로 30~40만원씩 비용이 들었지만 수납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다"는 증언입니다.

이에 차움의원은 "박 대통령이 2011년 1월부터 7월까지 가명으로 이용한 것은 맞지만, 당선 이후에는 대통령이 병원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도마뱀은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칩니다. 몸통이 잡히는 것을 피하고자 꼬리를 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죠.

꼬리를 문 의혹, 의료계까지 미친 최순실 게이트의 몸통은 언제쯤 드러날까요?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