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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6월 항쟁 '국본' 만드나…野3당 비상시국회의 '삐거덕'

'100만 촛불민심'에 힘입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에 한 목소리를 내온 야 3당 사이에서 공조가 삐거덕대는 소리가 들린다.

더불어민주당이 제안한 야권 및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비상시국회의 구성을 놓고 야3당이 서로 '동상이몽'의 모습을 보인 것.

민주당은 추미애 대표가 15일 비상시국회의를 제안한 데 이어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까지 가세해 지원사격을 하면서 이를 밀어붙이려는 기세다.

민주당은 지난 1987년 6월 항쟁을 이끌었던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약칭 국본) 모델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시 국본에는 신민당을 비롯한 야당과 시민단체, 학생운동권, 종교게 인사들이 모두 함께 참여한 전국민적인 반독재 투쟁 전선체였다.

그러나 국민의당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1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국대응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시민단체와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정치권은 시민단체를 이용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면서 "시민단체도 도덕성 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의당은 야권공조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실성 등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터져나왔다.

시민사회 원로인 함세웅 신부가 이날 야 3당 대표와 오찬을 갖자고 전날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민주당에서는 추미애 대표의 일정 탓에 대신 국민주권운동본부 대외협력본부장인 홍영표 의원을 참석하기로 한 탓이다.

박 비대위원장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측에선 "격이 안맞는다"는 불편한 심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놓고 야권 일각에서는 추 대표의 단독 영수회담 제안 파동의 후폭풍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추 대표의 단독회담 추진에 국민의당과 정의당이 강력히 반발한 데다 "다른 야당도 청와대와 단독 회담을 하면 된다"는 민주당의 반응에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추 대표에게 비선라인이 있다면서 "추미애의 최순실"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위원장이 추 대표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는데 하루 만에 아무 일도 없이 만난다는 것이 말이 되나"라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박 비대위원장이 지적한 비선라인이 민주당 김민석 특보단장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되자, 김 단장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비대위원장은 알고 계신 것이 있다면 소상하게 밝혀주고 근거가 없으면 정중하게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가운데 박 비대위원장은 같은 당 천정배 전 공동대표가 개최한 토론회에서 오찬 불발과 관련, "한쪽에서 할 수 없다고 사실상 거부해 내일로 (야 3당 대표 회담을) 미뤘다"면서 "이런 것들이 겹치면 87년 직선제개헌 후 야권 균열로 군사정권을 종식하지 못한 그때의 야당으로 국민이 바라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전날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운동을 공식화한 기자회견에서 지난 4월 '호남 패배 시 정계 은퇴 발언'에 대해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을 막고 정권교체 기반 구축을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했던 발언"이라고 언급한 점을 놓고서도 야당 내 신경전이 벌어졌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렇게 호남 사람을 무시하는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분노할 일"이라며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자 문 전 대표 측의 민주당 김경수 의원은 "국민의당과 박 비대위원장에게 진심으로 부탁드린다. 이제부터는 분열의 언어 대신 단결의 언어로 함께 힘을 모으는 데 앞장서달라"면서 "그것이 거대한 민심의 요구에 정치권이 화답하는 첫 번째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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