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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에 최단명 위기 몰린 이정현…미완 '거위의 꿈'

취임 100일에 최단명 위기 몰린 이정현…미완 '거위의 꿈'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은 100일 전 8·9 전당대회에서 예상을 깨고 압승을 거뒀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거위의 꿈'입니다.

보수정당 사상 최초의 호남출신 당 대표, 다시 말해 새누리당에는 불모지나 다름없는 호남에서 높은 지역주의의 벽을 뚫고 두 차례 당선된 이 대표가 '정치 혁명'을 꿈꾸며 끊임없이 되뇌었던 노래라고 합니다.

이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섬기는 리더십'을 앞세워 당 대표실을 원외 인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고, 의전을 최소화하며 권위 의식을 타파하려 노력했습니다.

특히 역대 어느 대표보다 많은 민생 현장을 찾는 데 주력했습니다.

취임 일주일 후 정부의 광복절 공식행사에 참석한 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경희대 등을 불쑥 찾고, 9월 초에는 태풍피해 현장과 농촌현안 파악을 위해 전남·북, 충남·북까지 9개 시도의 30여 개 현장을 방문했습니다.

3박 4일 동안 1천km에 달하는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현장에서 문제점을 파악한 뒤에는 곧바로 긴급 당정회의를 소집해 해결하려 했습니다.

이를 두고 당 대표답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신선하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현 정부 청와대 정무·홍보수석을 지낸 최측근으로서 박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고, 비공개 단독 회동도 하면서 당청간 소통 지수는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관계는 거꾸로 그의 발목을 잡기도 했습니다.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과 맞서는 게 정의냐?"라는 발언으로 당청관계의 변화를 예고했지만 비주류의 불만을 샀습니다.

이어 8월16일 박 대통령이 정무수석을 지낸 조윤선 전 의원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하고, 당시 각종 의혹에 휩싸인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유임시킨 데 대해 "안정과 쇄신을 위한 것"이라고 옹호하면서 당 안팎의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지난 9월26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과정에서 정세균 국회의장의 편파 진행에 항의하며 단식 농성에 돌입하고, 별다른 소득 없이 일주일 만에 중단하면서 정치적인 상처를 입었습니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직후 "나도 연설문을 쓰는 데 친구 도움을 받는다"는 발언은 결정적 악재였습니다.

비록 전말이 드러나기 전이었지만 박 대통령을 옹호한 해명으로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결국 비주류의 사퇴 압박에 몰린 이 대표는 내년 1월21일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제안하고, 다음 달 21일께 사퇴하기로 했습니다.

이 스케줄대로라면 120여일 남짓 당 대표로 재임하는 셈이어서 한나라당부터 시작해서 역대 최단기 대표의 불명예를 안게 됩니다.

현재까지는 지난 2011년 취임 5개월여 만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 등으로 인해 불명예 퇴진한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역대 최단기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 대표로부터 받은 문자가 사진기자에 포착되는 과정에서 이 대표의 전화번호까지 노출되고, 박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네티즌의 항의 문자가 폭주하자 20여 년간 사용한 '018' 번호까지 버렸습니다.

바뀐 번호에서도 연결음은 거위의 꿈이지만 이 대표의 정치적 꿈은 그냥 꿈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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