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 실세인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앞장섰다는 의혹을 받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 전시를 막는 등 문화예술계까지 영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2014년 9월 열린 광주비엔날레에서 홍성담 작가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해 그린 '세월오월' 전시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당시 김종 제2차관의 전화가 있었다고 14일 밝혔습니다.
그는 "역사를 꿰뚫어 보는 홍 작가와 작업정신을 존경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작품을 당당히 내걸지 못하고 현안을 정면 돌파하지 못한 것이 아쉽고 부끄럽다"며 사실상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광주시는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달콤한 이슬-1980 그후'를 기획하며 민중화가 홍성담 씨를 참여작가로 선정하고 5천만원을 제작비로 지원했습니다.
홍 씨를 비롯한 작가 60여명은 가로 10.5m, 세로 2.5m 크기로 광주민중항쟁 당시 시민군과 대인시장에서 주먹밥을 나눠주던 오월 어머니가 세월호를 힘차게 들어 올리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그림 좌측에 당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허수아비 모습의 박근혜 대통령을 조종하는 모습을 그려 논란이 일었습니다.
광주시는 홍 씨에게 '전시기획과 다르다'며 수정을 요구했고 홍씨가 박 대통령 모습 대신 닭을 그려 수정했지만 광주시는 전시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전시 파행에 책임을 지고 큐레이터인 윤범모 가천대 교수와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대표가 사퇴했습니다.
나아가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재단에 공문을 보내 '특별전 작품 중 걸개그림의 일부 내용이 귀 재단에서 제출한 사업계획의 목표와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다'며 '출연금의 일부 반환을 명할 수 있다'고 압박했습니다.
또 지난해 8월 광주시는 감사를 통해 '세월오월' 전시 파행의 책임을 물어 광주비엔날레를 '기관 경고'했습니다.
'세월오월' 전시 파행과 관련, 당시 광주시의 행보는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는 윤 시장의 지론과도 배치돼 '청와대의 지시가 있었다'는 등 의혹이 제기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