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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11월에 웬 황사?…주말, 포근하고 미세먼지 많아요

[취재파일]11월에 웬 황사?…주말, 포근하고 미세먼지 많아요
새벽까지 비가 내린 뒤여서 깨끗하고 상쾌한 날씨를 기대했지만 생각만큼 싱그러운 느낌이 덜합니다. 공기 중 수증기와 미세먼지의 양이 늘면서 시야를 가리고 있어서죠. 이런 와중에 황사예보까지 나와서 마음을 졸였습니다.

목요일(10일) 고비사막에서 황사가 발생했는데, 이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이동하고 있어 주의해 달라는 예보가 나온 것입니다. 그나마 조금 다행인 점은 황사의 대부분이 높은 상공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황사 일부가 낙하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평소의 1.5배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추위가 풀리면서 기온이 오르기 때문에 공기 중 부유물질이 많아지고 건강에 해로운 초미세먼지 역시 평소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런데, 황사는 봄의 불청객 아니었나요? 11월에 황사라니요?

황사는 언 땅이 녹는 봄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입니다. 대지가 건조한 상태에서 발생하는데 강수량이 가장 적은 겨울철이 지난 뒤가 땅이 가장 건조하죠. 봄철에 황사 발생이 잦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상 기상현상이 잦아지면서 황사 발원지의 토양상태가 예전과 달라졌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야 할 늦여름과 초가을, 특히 9월에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경우가 많아지면서 봄뿐 아니라 가을과 겨울에도 황사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11월 가을 황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황사 관측을 제대로 시작한 1960년 이후 11월에 황사가 관측된 것은 1965년이 처음이었는데요, 11월 29일과 30일 이틀 동안 서울에서 황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이후 25년 동안은 가을 황사가 잠잠하다가 1991년 11월에 가을 황사가 다시 관측됐습니다. 또 10년 동안 다시 가을 황사가 자취를 감췄다가 2002년 다시 나타났는데, 1년 전인 2001년에는 12월에 황사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10년, 또는 20년 만에 한 번 볼까 말까 하던 가을황사가 2002년 이후에는 출현 빈도가 잦아집니다. 2005년에 이어 2010년, 2012년, 2014년에 나타난 것이죠. 특히 2012년에는 봄 황사는 없고 11월에만 황사가 나타나 봄의 불청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했습니다.

문제는 가을 황사가 나타난 해에는 겨울에도 황사가 잦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황사가 처음 관측된 1965년은 물론 1991년, 2010년, 2014년에 11월 황사와 12월 황사가 동시에 관측됐습니다. 11월 황사가 나타난 해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12월 황사가 관측된 셈입니다.

특히 2010년에는 11월에 세 번, 12월에 네 번의 황사가 관측돼 가을 황사가 가장 심한 한 해로 남았습니다.

이번 황사는 강도가 약해 공식적인 관측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황사 자체만으로 시야를 뿌옇게 가릴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죠,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대기 중 미세먼지 농도는 평소보다 짙을 가능성이 커서 걱정입니다.

늦가을부터 살인적인 스모그 때문에 몸살을 앓는 중국이 대기 오염을 줄이려는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산업 활동이 활발해지고 도시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미세먼지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 국내 오염물질도 늘어 당분간 늦가을에는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서 매번 탁한 공기와 씨름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청명한 가을 하늘을 보며 느긋하게 산책을 즐기는 날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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