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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속전속결' 한·일 군사협정…'사드 교훈' 잊었나?

● 실무협의' 사실상 완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광풍이 몰아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 절차가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일본 도쿄에서 1차 실무협의가 열린데 이어 9일에는 서울 국방부 청사에서 2차 실무협의가 열렸습니다. 불과 일주일 만에 2차례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실무협의가 진행된 것입니다. 2차 협의에서는 사실상 협정 체결을 위한 문안 검토가 완료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2012년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추진한 바 있고 체결 직전에 '밀실협상' 논란에 부딪혀 무산된 적이 있기 때문에 문안 검토에 추가로 많은 시간이 걸릴 이유도 없습니다. 한일은 이르면 이번 달, 늦어도 올해 안에 협정 체결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3차 협의를 언급하며 아직 추가 협의할 사안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사실 최종 결정을 위한 '타이밍'을 잡는 일만 남았을 뿐입니다. 
9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를 위해 국방부에 들어서는 일본 실무진
● 한일 협정에 목메는 이유는?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한 이유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들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두 번이나 핵실험을 진행했고 미사일 도발 빈도도 전례없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올해는 대표적인 비대칭 전력으로 분류되는 잠수함탄도미사일(SLBM)이라는 '복병'까지 출현했습니다. 정부는 날로 커지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우리 군의 대북 정보력 부재를 자인하는 꼴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에게 부족한 정보를 일본에서 공유받겠다는 겁니다. 자존심이고 뭐고 국가 안보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설명입니다. 

우리 군이 얻으려는 정보는 우리가 갖지 못한 일본의 감시 자산이 파악한 정보입니다. 일본은 현재 우리가 갖지 못한 군사정찰위성을 4기나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 위성으로 상공에서 북한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며 미사일 발사 동향, 핵실험 동향 등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정보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직까지는 미군 정찰위성에 거의 절대적으로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간혹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합참의 발표가 일본이나 미국보다 늦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합참은 한미 군 당국이 정확한 평가를 하는데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하는데 사실 미군이 확실한 정보를 주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우리 군도 자체적으로 북한군에 대한 영상, 음성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항공 전력을 일부 운용하고 있지만 위성이 아닌 지라 북으로 넘어갈 수도 없고 군사분계선 이남에서 북한을 들여다봐야 하니 거리 제한에 이래저래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일본의 감시 자산이 수집한 정보를 얻고, 대신 탈북자 등에서 얻은 북한 내부 동향같은 일본이 알고 싶어 하는 정보를 건네주게 될 겁니다. 이론적으로는 한미일이 서로 각자 파악한 대북 군사정보를 원활하게 공유한다면 물론 국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9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논의를 위해 국방부에 들어서는 일본 실무진
● 국민 공감 형성됐다? 판단 기준은?

하지만 한일 간 군사 정보 공유 필요성이 이렇게 크다 할지라도 나라가 난장판이 된 이 와중에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국방부는 한일정보보호협정 체결의 전제 조건으로 국민 공감대 형성을 들어 왔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국민들이 협정 체결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국방부 고위 당국자는 한일협정 체결 논의 재개를 알리는 백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는 국민 여론 동향을 유의해서 쭉 관찰을 했고요 최근 언론을 통해서 다수 전문가들이 협정의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고 국회에서 관련 협정의 조기체결에 대한 의견 개진도 있었고 국방포럼이나 전문가 자문 등 조언을 구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여러 방면으로 의견을 청취해왔다는 설명이지만 사실 '국민공감대'를 설명해줄 근거는 어느 구절에도 없습니다. 대국민 여론조사라도 했다면 모를까, 사실상 군의 자체 판단인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들의 안위를 지키는게 군의 제1 덕목이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의사에 반할 수도 있는 한일 협정 체결을 이런 식으로 몰아붙일 권한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온 나라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후폭풍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차분하게 한일협정에 대해 생각해보고 따져볼 여유도 주지 않고 이런 식으로 추진한다면 2012년 '밀실협상'과 다를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 절차적 정당성, '사드 교훈' 까먹었나?

이번 협정 체결 논의 과정을 보면 군이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전혀 교훈을 얻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 조차 일언반구없이 사드 배치를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얼마나 큰 혼란과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했나요? 그 논란이 있은지 불과 몇 달 지났다고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는 것인지, 조금 늦더라도 차분하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일을 진행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진 북한의 도발 위협, 그 심각성을 모르는 국민이 있을까요? 반일 감정만 앞세우면서 일본과는 무조건 군사 교류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정말 필요하다면 차분히 논리를 설명하고 내용을 상세하게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먼저입니다. '사드', '위안부 문제'…. 국민적 공감없는 정부의 독단적 결정의 후과는 명백합니다. 우리 모두 지겹도록 봐 오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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