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국정 역사교과서 무산?

사면초가 교육부

동세호 기자 hodong@sbs.co.kr

작성 2016.11.10 13:31 수정 2016.11.10 14:5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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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추진 동력을 잃으면서 국정 역사교과서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부도 사면초가에 몰렸습니다.

교육부는 예정대로 오는 28일 국정 역사 교과서 현장 검토본과 집필진을 공개한다고 밝혔지만 과연 정부 뜻대로 제대로 추진될지는 불투명합니다. 국정농단에 성난 민심은 국정교과서 반대로 옮아가고 있습니다. 국정교과서 공개 후에도 용어나 역사왜곡 논란 등 서술시각을 둘러싼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국정역사교과서 반대 집회 (사진=연합뉴스)역사 교과서는 1945년 해방 이후 검인정 제도를 유지하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4년 단일한 국정교과서로 통일했습니다. 국가가 직접 관여해 역사 교과서 내용을 결정한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군사독재를 미화하는 등 편향되고 획일적인 역사인식이 비판의 대상이 되다 역사 교과서를 민간자율에 맡길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30년만인 2003년 한국 근현대사, 2010년 중학교 역사, 2011년 고교 한국사가 차례로 검인정 체제로 전환됐습니다. 역사 교과서는 중학교 10종, 고교 8종으로 다양해졌습니다.

그러다가 2013년 여당정치인이 “검인정 역사 교과서가 특히 근현대사 서술을 둘러싸고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목하면서 좌편향 논란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8종의 검인정 교과서 중 5종이 좌편향이라는 것입니다. 채택률은 90%에 육박했습니다.

반대로 교학사 발행 1종은 우편향 부실 교과서로 지목돼 조직적 압력과 방해 끝에 채택률은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 2014년 여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국정화 필요성이 제기되더니 급기야 박근혜 정부는 2015년 11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할 우려가 있다는 야당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입니다.한국사 교과서이렇게 추진된 국정 역사교과서는 박근혜 대통령 핵심 교육정책의 첫 작품이었습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에 성난 민심에 정책의 신뢰성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차기 총리후보도 국정화에 강력하게 반대해온 야당이 추천에 합의한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아 국정화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정화 반대의 목소리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국정화에 반대하는 484개 시민단체 모임인 국정화저지 네트워크는 9일에도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열고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했습니다. 오는 25일까지 1인 시위도 벌이기로 했습니다.

학계와 시민단체에 이어 학부모들마저 SNS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진보 교육감들도 잇따라 국정화 철회를 외치고 있습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도한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이 최순실씨의 측근인 차은택씨의 외삼촌으로 알려지면서 국정교과서가 최순실 교과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국정화 강행을 불통행정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들은 국정교과서가 강행되면 학교현장에서 별도의 대안교과서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는 공개될 역사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하거나 편향된 서술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불꽃은 어디로 튈지 모릅니다. 역사 서술을 둘러싸고 진보와 보수진영이 바라보는 시각차가 워낙 커서 용어 하나에도 격렬한 논쟁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1월까지 최종본을 확정해 내년 3월 새학기부터 국정교과서를 배포한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입니다.

차라리 국정화를 철회하고 기존의 검인정 교과서를 사용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검인정 교과서에 시각의 다양성을 보완하는 절차를 밟는 게 나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학교현장에서는 EBS 교재가 교과서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1년 전 집필진도 편찬기준도 숨긴 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지금은 국정농단에 분노한 성난 민심의 파도에 추진동력을 잃고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