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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통령 하야·탄핵"에 조심스런 野…왜?

[취재파일] "대통령 하야·탄핵"에 조심스런 野…왜?
지난 5일 광화문 광장은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시민들으로 가득 찼습니다. 불과 일주일 전 1차 주말 촛불집회 때 3만 명보다 무려 6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바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두 번째로 고개를 숙였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포함해 일부 야권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같은 주요 야당 지도부는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습니다.
 
야권 지지층을 중심으로 이제는 야당도 대통령 퇴진에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야당 내부에서도 그런 필요성을 제기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야당 지도부는 ‘요구 조건을 거부할 경우 정권퇴진 운동’이라는 조건부 투쟁론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20대 총선 승리에 이어 이번 최순실 사태로 여권이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자 이제 대선 승리가 눈앞에 있다고 보고 야성(野性)을 드러내기 보다 최대한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걸까요?
광화문 시위 현장
● 野, “정권 퇴진” 외치지 않는 이유
 
현장에서 볼 때 민주당과 국민의당도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 굳이 눈치를 보거나 뒤로 물러설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일단 당 차원에서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경우, 퇴로가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부담 가운데 하나로 보입니다. 나서기는 쉽지만 물러서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권을 퇴진시키는 방법에는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하야’와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결정을 물어 대통령을 사퇴시키는 ‘탄핵’이 있습니다. 정권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전제 하에서 보자면 하야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헌법 제71조에 따라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을 책임지고 제 68조에 따라 대통령이 궐위된 때로부터, 즉 하야한 때로부터 60일 이내에 새 대통령을 뽑으면 됩니다. 국정공백 기간이 가장 짧은 방법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이 스스로 결단하지 않는 한 하야는 법적으로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어차피 끌어내리지도 못할 텐데 당론으로 하야를 외치고 장외투쟁에 나서봐야 얻는 게 없다"는 말이 야권 내에서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국회라는 제도권 틀 안에서 얼마든지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위험 부담이 있는 장외투쟁을 섣불리 선택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정권 퇴진 운동이 반드시 장외투쟁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국회 안에서의 요구가 계속 묵살되면 결국 야당 입장에서는 장외로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게 지금까지의 경험입니다.
 
● 野, ‘탄핵’ 거론 안 하나? 못 하나?
 
다음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게 ‘탄핵’입니다. 탄핵은 대통령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퇴를 강제할 수 있는 최후 수단입니다. 현재 성난 민심을 고려할 때 탄핵도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탄핵은 생각만큼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입니다.
 
먼저 국회를 통과해야 합니다. 헌법상 대통령 탄핵안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로 발의할 수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인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발의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하지만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국회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서 최소한 29명의 찬성표가 나오지 않는 한 통과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새누리당이 분당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긴 하지만 탄핵에 동조하는 사람은 아직까지 찾기 어렵습니다.

어렵사리 탄핵안이 통과됐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 여부를 결정합니다. 헌법재판소를 흔히 정치적 사법기관이라고 부르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대통령 퇴진 쪽에 가까운 일반 여론은 탄핵 결정 쪽에 힘을 실어줄 수 있습니다. 반면, 헌법재판관 중 상당수가 보수 정권 때 임명된 사람이라는 점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야당 입장에서는 설사 탄핵에 성공한다 해도 그 득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면 헌재는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초반인 점을 감안하면 헌재 역시 결정을 내리는데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정에 필요한 여러 가지 근거를 모으고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사안이 갖는 중대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후 헌재가 탄핵을 결정하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60일 이내에 선거를 준비해야 합니다. 선관위 역시 이 시간을 거의 다 소진할 가능성이 큽니다. 선관위 관계자 역시 재외국민선거 등 각종 준비를 서둘러 한다 해도 60일은 길지 않은 시간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 국회에서 탄핵안을 발의하고 가결시키는 시간을 빼더라도 최소 240일, 8개월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대선까지 13개월 정도 남았으니까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고 탄핵안을 관철시켜봐야 겨우 네다섯 달 정도, 그것도 빨라야 그 정도 대선을 앞당기는데 불과하니 야당으로서는 위험부담에 비해 얻는 것이 너무 적은 셈입니다.
 
● 변수는 앞으로의 靑 대응
청와대 모습
하지만 그렇다고 야당이 정권 퇴진 운동에 뛰어 들지 않을 거라는 예단은 금물입니다. 청와대가 계속 민심과 거꾸로 가고 그에 따라 여론의 압박이 거세지면 야당도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어집니다. 아니, 고민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정치적 셈법이란 것도 결국 민심과 같이 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도 많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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