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38·개명 전 장유진) 씨와 관련된 의혹이 점차 커지면서 그가 올해 3월 세웠던 매니지먼트 회사 '더스포츠엠'이 비리의 중심에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시호 씨는 최순실 씨의 친언니 최순득 씨의 딸로 승마 선수 출신으로 알려졌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에 입문한 것도 장시호 씨의 영향이 컸다.
장 씨는 지난해 6월 사단법인 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세워 정부로부터 1년 반 사이에 6억 7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을 받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삼성전자로부터도 후원금 5억원,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부터 2억원을 받는 등 사업 경험이 전혀 없는 업체가 단기간에 13억원이 넘는 돈을 타냈다.
장 씨가 세운 것으로 알려진 '더스포츠엠'은 스포츠매니지먼트 회사로 올해 3월 서울 강남구에 사무실을 내고 6개월간 운영하다가 9월 말 폐업했다.
SPM이라는 약칭을 쓰는 이 회사는 '대한민국 유일의 선수 중심 스포츠비즈니스 컴퍼니'라고 스스로 소개했으며 'SPM의 주인은 스포츠 선수다.
'Be Distinguished'라는 경영철학을 통해 스포츠 선수가 자신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회사의 비전을 밝혔다.
그러나 이 회사가 실제로 스포츠 선수와 계약을 맺은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알려진 업무로는 올해 6월 최순실 씨가 사실상 소유한 K스포츠재단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대한체육회 등이 후원한 '가이드러너 콘퍼런스'의 행사 진행을 맡은 것이 유일하다.
당시 신생업체가 국제 스포츠 행사 진행 계약을 성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체부가 K스포츠재단, 더스포츠엠을 대신해 대한체육회에 행사 후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한 사실이 드러나 '특혜 논란'이 더 커졌다.
장 씨는 더스포츠엠에서 공식 직함을 갖지 않았던 점도 눈에 띈다.
장 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직원 명의로 이 회사를 세웠으며 이후로는 K스포츠재단 임원이 대표를 맡았다.
장 씨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사무총장으로 알려졌으나 문체부와 강원도청 확인 결과 서류상 사무총장을 맡은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되는 등 철저히 수면 아래에서만 활동한 셈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스포츠엠은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빼돌리는 위장 회사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일부에서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의 기념품 제작과 판매, 시설 관리 등 이권을 노리고 만든 회사라는 추측도 나온다.
문체부의 K-스포츠타운 사업이 동계스포츠영재센터와 더스포츠엠이 노린 '먹잇감'이라는 의혹도 나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문체부는 "K-스포츠타운 조성은 미국 IMG 아카데미 등 스포츠 선진국의 교육 시설 및 시스템을 벤치마킹해 국내 현실에 맞게 도입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사업"이라며 "전액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므로 정부 재정이 투입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문체부는 "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지난해 받아간 예산 1억9천여만원의 집행 내용을 정산한 결과 '더스포츠엠'에 유입된 부분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최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장씨가 지난 수일간 수십억원의 현금을 인출하고 여러 토지를 처분하는 등 재산을 정리해서 해외 도피를 준비하는 것 같다"고 주장했고,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법무부 협조를 받아 장 씨를 출국금지 조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