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청와대 예산안 심사를 위해 4일 소집된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권의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한정 의원은 한광옥 비서실장에게 "대통령이 고심 어린 말씀을 하셨지만 국민의 반응은 흔쾌하지 않은 듯하다. 오히려 실망의 여론이 많다"면서 "모든 잘못을 통감한다면서도 책임은 최순실 씨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2003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을 지내면서 당시 한 비서실장과 함께 일한 적이 있는데, 이날 질의에서도 "엄중한 시국에 비서실장을 맡았다"며 과거 인연을 소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 제1부속실에서 연설담당 행정관을 맡았던 같은 당 이훈 의원도 한 비서실장에게 "이 자리에서 이렇게 마주 뵙게 돼 착잡하기 그지없다"며 "국민 없는 권력은 사상누각이고, 국민 없는 임금은 벌거벗은 임금"이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한국갤럽이 발표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을 언급하며 "오죽하면 5% 지지도다. 오차범위까지 하면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일반적 평가"라며 "명목상 대통령직이라도 유지하려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대부분의 권한을 내려놓을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동민 의원은 "세월호 (침몰 당시) 기관사는 아이들에게 '가만있으라'라고 했는데 그 말씀을 대통령에게 돌려 드리고 싶다"며 "진정 나라를 위한다면 가만있는 것이 그나마 옳은 길"이라고 말했다.
야권 의원들의 비난의 화살은 야당이 '친정'인 한 비서실장에게도 쏠렸다.
국민의당 김관영 의원은 "과거 한 비서실장이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을 했고, 민주주의 운동에 상당히 기여한 것을 인정한다"면서 "그러나 이 정권 들어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고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까지 맡으며 과거의 올곧은 행동과 생각이 많이 바뀐 게 아닌가 의심을 갖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같은 당 장정숙 의원도 "지금 정권의 '명패용 비서실장'을 수용한 게 이해가 안 된다"며 "비서실장께서는 이미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 선언 하고 인수위까지 들어가 활동해, 더 이상은 동교동과 인연이 없다는 평가가 있다"고 말했다.
한 비서실장은 '비서실장직 수락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평소 유지에 부합하느냐'는 장 의원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의 뜻과 부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전체회의는 운영위 소관 기관의 2017년도 예산안을 검토하기 위한 자리였으나 새누리당 성일종 의원과 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대통령 특수활동비 항목을 놓고 짧게 설전을 벌인 것 외에는 예산안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