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성향 개신교 교단협의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9개 교단 교단장은 3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른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김근상 대한성공회 의장주교가 낭독한 'NCCK 교단장 시국선언'을 통해 "청와대 비서진을 교체하고 개각을 발표한 대통령의 행보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며 "아직도 진실을 가리려 하고 국민의 뜻을 외면한 처사에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국민과 역사 앞에 저지른 과오에 비하면 결코 책임지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더 솔직하고 겸허하게 사죄하고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교단장들은 "저희는 다시 기독교인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려 한다"며 "분명 잘못된 부분에 대하여는 준엄하게 비판해야 하는 선지자적인 역할을 해야 했는데도, 그 역할은커녕 오히려 교회 자신의 옹위를 위해 권력의 편을 드는 비굴한 보좌역을 했던 것을 회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대한민국의 참된 국격을 위해, 종교의 본연에 모습을 되살리기 위해 다윗 왕을 꾸짖은 나단 선지자의 심정으로 대통령님께 간곡하게 애정을 담아 이렇게 간곡하게 청한다"며 "정말 이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아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마지막 헌신을 보여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누구를 탓하기 전에 대통령께서 친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주교는 책임의 의미에 대해 "대통령직을 내려놓는 게 중심이 아니라 대통령이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그에 마땅한 사법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한편 교단장들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부친 최태민 씨에게 '목사'라는 호칭을 붙이지 말 것을 당부했습니다.
김영주 NCCK 총무는 "기존 교단들은 각각 목회자를 교육하고 선출하는 과정이 있다. 최 씨는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분이고 사실상 목사라고 부를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또 과거 최 씨가 주도해 만든 대한구국선교회 활동에 일부 목사들이 동참한 데 대해 "때로 기독교계는 정부를 위해 용비어천가도 불렀다. 이 부분에 대해서 회개한다고 말씀드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김 총무는 "기독교 신앙은 비폭력 저항운동을 지향한다"며 "각 교단장이 교인들의 동의를 얻어 1만 명이 동참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다음달 8일 대규모 시국 기도회를 열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이성희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장, 전명구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 권오륜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장, 김필수 한국구세군 사령관, 김근상 대한성공회 의장주교, 이동춘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총회장, 오황동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 김철환 기독교한국루터회 총회장, 조성암 한국정교회 대주교가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