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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살면서 꼭 한 번 당하는 '담합'…막을 방법은?

[리포트+] 살면서 꼭 한 번 당하는 '담합'…막을 방법은?
<담합: 사업자끼리 서로 짜고 생산량과 물건 가격을 모의해서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행위><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 data-captionyn="N" id="i200992113"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161031/200992113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담합, 남의 일이 아닙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는 살면서 숱하게 담합 피해를 겪습니다.

실생활에서 자주 마주치는 담합 유형을 살펴볼까요?

대표적인 게 휴가철 바가지요금을 들 수 있습니다. 계곡에 평상을 펼쳐 놓은 음식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삼계탕을 7만 원씩 받고 팝니다. 시장에서 사면 만 원도 안 되는듯한 양인데도 말이죠.

군부대 근처의 숙박 시설과 음식점의 바가지 상혼도 마찬가지입니다. 군 허락 없이는 멀리 갈 수 없다 보니 많은 장병과 가족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용할 수밖에 없죠.

PC방 요금도 한때 단골 담합 사례였습니다. 어느 한 곳이 시간당 100원을 올리면, 얼마 못 가 그 동네 PC방 전부가 마치 입을 맞춘 듯 100원씩 오르는 경험들, 가지고 계시죠?

담합을 왜 할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그게 훨씬 이득이니까요.

문제는 사업자가 이익을 보는 만큼 소비자는 피해를 본다는 것이죠. 공정하게 경쟁할 필요가 없다 보니, 소비자는 질 나쁜 제품에도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정부는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담합 행위를 법으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처벌하고 있습니다. 위반하면 과징금은 물론이고, 형사 고발까지 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미래보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눈먼 기업들은 담합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 심증은 가는데 물증이 없는 담합

특정 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 ‘담합이 아닐까’라는 심증은 가도, 물증이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담합 사실을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이럴 때 담합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내부자’가 스스로 신고하면 어떨까요?

신고자에게 죄를 면제해주는 특별 대우를 제공한다면 자진신고할 동기는 더욱 많아지겠지요.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이 같은 제도를 ‘리니언시(leniency)’ 제도라고 합니다.

리니언시는 관용을 뜻하는 단어로, 정리하면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 한 기업에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는 겁니다. 자진신고를 안 한 기업은 어떻게 되느냐고요? 그야말로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를 맞게 되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자진신고를 유도하는 이 같은 제도를 ‘리니언시(leniency)’ 제도라고 합니다.

리니언시는 관용을 뜻하는 단어로, 정리하면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 한 기업에 과징금을 100% 면제해주는 겁니다. 자진신고를 안 한 기업은 어떻게 되느냐고요? 그야말로 가만히 있다가 ‘뒤통수’를 맞게 되는 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담합 기간에 발생한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받게 됩니다.

사실 이는 ‘죄수의 딜레마 이론’을 활용한 제도입니다. 공범 혐의가 있는 두 죄수 중 먼저 자백한 쪽에 ‘면제’ 혜택을 주면 나중에 모두 자백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막상 담합 했어도 공범 중 누군가가 배신할까 봐 두려워서 언젠가는 자진신고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실제 리니언시 제도의 효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1997년 처음 제도가 도입된 이후 리니언시 제도로 적발한 담합 행위는 해마다 늘어났습니다. 지난해에는 적발된 담합의 68%가 리니언시 제도로 밝혀졌죠.

● 오히려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들

그런데 리니언시 제도가 활발해지자 오히려 이를 악용하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마치 ‘뛰는 놈 위의 나는 놈’인 격이죠.

악용의 대표 사례는 바로 자신이 담합을 주도한 뒤 자진신고해서 혼자만 면제받고 공범들은 골탕먹이는 수법입니다.

지난 2014년 수면 위로 드러났던 호남고속철도 건설공사의 담합 행위. 담합에 연루된 28개 건설사가 4,35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습니다. 건설업계 사상 최대 금액의 과징금이었죠.

그중 삼성물산의 과징금이 총 835억 원으로 가장 많았지만, 자진신고했다는 이유로 전액 면제 받았습니다.
[ 건설업계 관계자 ]
“공정위 조사 정보를 입수하고, 삼성물산 본인들이 담합을 주도했는데도 미리 자진 신고를 해버린 거죠. 나머지 업체들은 뒤통수 맞은 격이죠.”
[ 건설업계 관계자 ]
“공정위 조사 정보를 입수하고, 삼성물산 본인들이 담합을 주도했는데도 미리 자진 신고를 해버린 거죠. 나머지 업체들은 뒤통수 맞은 격이죠.”

과징금 감면 혜택을 받으려고 서로 자진신고를 하려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난 2013년 판유리 시장을 과점하던 업체인 KCC와 한국유리의 담합이 밝혀졌죠. 판유리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두 기업은 담합을 통해 2007년 제곱미터당 3천4백 원이던 가격을 2년 뒤 5천5백 원으로 사이좋게 올렸습니다.

공정위는 KCC에 225억 원, 한국유리에 160억 원을 부과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때 한국유리가 재빨리 자진신고 절차를 밟았습니다.
정작 담합으로 소비자를 외면할 때는 언제고, 오히려 서로 믿지 못한 채 과징금을 면제받으려고 싸우는 기업들.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들이 만든 한 편의 블랙코미디입니다.
하지만, 한국유리는 신고 조건 미비로 1순위에서 탈락했고 KCC에 신고 우선권이 주어졌죠. 신고 우선권을 뺏긴 한국유리는 공정위를 상대로 우선권을 유지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상대방보다 한발 앞서 과징금을 면제받으려고 내가 잘못했다고 주장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죠.

정작 담합으로 소비자를 외면할 때는 언제고, 오히려 서로 믿지 못한 채 과징금을 면제받으려고 싸우는 기업들. 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하는 기업들이 만든 한 편의 블랙코미디입니다.

(기획·구성 : 임태우·김다혜 / 디자인 :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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