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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원 연설이란 이런 것…말년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유세 카리스마'

[취재파일] 지원 연설이란 이런 것…말년 영부인 미셸 오바마의 '유세 카리스마'
● 트럼프와 달라도 너무 다른 힐러리 유세 현장

노스캐롤라이나는 미국 대선 후보들에게는 놓쳐서는 안 되는 '스윙 스테이츠' 가운데 하나입니다. 부동층이 워낙 많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도 첫 대선과 재선 때 승패가 엇갈렸을 정도였습니다. 이곳은 1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 있는 지역인데, 워낙 치열한 경합이 벌어지기 때문에 힐러리나 트럼프 입장에서는 절대로 져서는 안 되고, 그래서 다른 지역보다 방문 횟수도 많습니다. 원스텀 세일럼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의 실내 체육관에서 열린 힐러리의 선거 유세는(27일) 바로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트럼프의 집회와 달라도 너무 달랐습니다. [취재파일] "힐러리를 가둬라"…멀쩡한 백인들이 트럼프 유세장서 돌변한 이유는?

실내 체육관 유세는 우리나라 정치부 기자들에게도 매우 익숙합니다. 한국에서도 전당대회를 치르거나 대형 집회가 열리는 곳이 실내 체육관이기 때문입니다. 힐러리도 대규모 관중을 입장 시키기 위해 대학 체육관을 택했습니다. 영부인 미셸 오바마와 처음으로 합동 대선 유세를 치르는 것이어서 관심도는 아주 높았고, 체육관 입구마다 백 미터는 되는 줄이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집회는 백인들이 99%였다면, 힐러리 집회는 인종의 용광로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인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유세장에 왔습니다. 학교 학생은 물론 근처 주민들과 다른 주에서 온 사람들까지 많았습니다.(주차장에는 다른 주 번호판이 많이 보였습니다.) 열린 장소가 달라서 숫자로 지지도를 환산하기는 무리지만, 사람 숫자로만 보면 전날 열린 트럼프 집회보다 3,4배는 되는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트럼프 집회보다 젊은 지지자들이 많아서인지 분위기도 상당히 자유롭게 보였습니다. 
전체 유세장의 모습
● 열정적인 지지자들, 끝없이 이어지는 박수

가수들의 무대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단상 위에 힐러리는 미셸과 함께 입장했습니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골수 민주당 지지자들이 총집결해서인지 분위기는 대단히 뜨거웠습니다. NPR의 한 여성 정치부 기자는 자신이 경험했던 어떤 유세보다 분위기가 뜨거웠다고 트위터에 올릴 정도였습니다. 힐러리의 연설이 이어질 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는데 말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사전 선거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열린 집회인 만큼 힐러리는 투표 참여 독려에 연설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오랜 선거운동 탓인지 목소리는 눈에 띄게 작았고, 갈라지고 쉬기 직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지지자들이 열성적이어서 이런 문제들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유세장 바깥에서 줄 서 있는 모습
● 힐러리보다 강력한 미셸의 지원 연설

미셸은 이미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그들이 저급하게 굴어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When they go low, we go high")라는 말로 힐러리 선거 캠페인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만들어준 인물입니다. 남편만큼 혹은 그 이상 연설을 잘하는 미셸의 능력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습니다. 힐러리의 연설 이후 미셸이 단상에 오르자 집회장은 힐러리가 등장할 때보다 더 크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이정도의 대중적인 인기를 갖고 있는 영부인이 지원 유세까지 다니니 트럼프 입장에서는 입이 튀어나올 만 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역시 미셸의 연설은 인상적이었습니다. 힐러리의 다양한 정치 경험을 칭찬하며 어느 누구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이어갔습니다. 또한 우리 미래세대를 위해 가장 중요한 선거가 이번 대선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트럼프가 이번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비난하는 건 결국 투표장에 유권자들을 나오지 않게 하려는 의도라며 트럼프에 대한 공격도 이어갔습니다. 어느 것 하나 수위를 넘는 건 없었고 연설 내내 품위를 유지하며 힐러리를 보기 좋게 포장하는 훌륭한 찬조연설이었습니다. 

연설을 마치고 미셸은 힐러리와 함께 무대에 서서 지지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했습니다. 사람들은 무대 근처로 몰려들어 셀카로 자신과 전 현직 영부인을 같이 걸어 사진을 찍으며 흡족해 했습니다. 일부 흑인들은 “영부인 연설하는거 들었지? 잘하지?”라고 말을 건네며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힐러리-미셸 여사, 美노스캐롤라이나서 첫 공동유세
● 말년 영부인의 부러운 지원 유세

문득 지난 총선과정에서 '진박 놀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던 일련의 지원 유세들이 생각났습니다. 후보자의 능력과 경험보다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만을 강조하던 일부 정치인들의 황당한 '진박 인증' 지원 유세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우리와 더욱 본질적으로 다른 건 말년 영부인이 지원 유세를 다닐 수 있다는 것 자체였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오바마는 종횡무진 방송사 토크쇼에 등장하며 농담 섞어 트럼프를 유쾌하게 비판하고 있고, 미셸은 가장 몸값 높은 찬조 연설가입니다. 최순실 사태 이후 불거진 각종 추문과 권력형 비리 의혹에 사면초가 위기에 몰린 대통령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언제쯤 말년에도 국민에게 사랑받는 대통령을 가질 수 있을까 부러운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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