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재단 의혹의 핵심 인물인 차은택 씨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의 사전 정지 작업을 위해 한 중소 광고업체의 대표에게 지분 80%를 매각하라고 압박했다고 경향신문이 28일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이 이 업체 대표를 만나 지분 매각을 회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신문은 송 원장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 '포레카'를 인수한 업체 대표와 작년 6월 15일 만나 나눈 대화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지난해 6월 포레카를 인수한 업체는 독립 광고대행사 컴투게더로, 이후 컴투게더&컴투게더PRK로 사명을 바꿨다.
이 업체의 대표는 한상규 씨다.
녹취록에 따르면 송 원장은 한 대표에게 "광고주에게 세무조사를 때릴 수 있다"거나 "회사 지분을 포기하지 않으면 컴투게더가 큰일 날 지경에 닥쳤다"고 말하는 등 지분을 '그들'에게 매각하라고 권했다.
이어 송 원장은 컴투게더가 지분을 포기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큰 로드맵은…무슨 재단이 있는데 기업이 아주 많다. 광고주들을 다 이끌어서 광고를 제대로 할 수 있는 회사로 키우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차은택 씨와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송 원장이 미르재단 설립 4개월 전부터 이 재단의 존재를 알고 한 대표에게 지분 매각을 권유했다는 얘기다.
녹취록에는 송 원장이 컴투게더 지분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는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또 컴투게더는 송 원장의 지분 매각 압박에 응하지 않았다.
제일기획 상무 출신인 송 원장은 차 씨의 대학원 은사인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의해 2014년 12월 임명됐다.
또 송 원장이 한 대표를 만나기 3개월 전인 작년 3월에도 차 씨와 관계가 깊은 김홍탁 더플레이그라운드 대표, 모스코스 이사 김모 씨 등이 한 대표에게 회사 지분 매각을 요구했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1월과 2월 세워진 더플레이그라운드와 모스코스는 차 씨가 제안해 설립한 회사로 알려졌다.
연합뉴스는 송 원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콘진 관계자는 송 원장이 27일부터 휴가를 낸 상태라고 전했다.
또 컴투게더 측도 이 보도에 대한 연합뉴스의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