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해진에게 전기(轉機)가 될 작품이다. '왕의 남자'(2005)로 일찌감치 천만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고,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의 800만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히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주연작은 아니었다.
'럭키'는 첫 원톱 주연작. 이 영화의 성공으로 충무로 최고의 신스틸러에서 일급 주연 배우의 가능성을 입증해 냈다.
'삼시세끼'라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전국민적 인기는 유해진에 대한 호감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반면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국민적 인기를 얻었으나, 정작 본업에서 재미를 못 본 배우도 있다. 차승원은 지난 9월 영화 '고산자:대동여지도'(감독 강우석)로 '하이힐'(2013) 이후 무려 3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했다. 100억대 제작비를 투입한 대작이었으나 손익분기점에 한참 못 미치는 97만 관객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차승원은 예능을 통해 '차줌마'라는 애칭까지 획득하며 터프가이 이미지를 180도 바꿨다. 게다가 절친 유해진과의 찰떡 콤비는 '삼시세끼'를 힐링 예능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배우가 예능에 진출했을 때 낼 수 있는 효과는 뚜렷하다. 친근하고 진솔한 면모를 표출할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다세대의 팬을 확보할 수 있다. 실제로 차승원과 유해진은 꾸밈없는 모습과 소탈한 면모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미지](http://img.sbs.co.kr/newsnet/etv/upload/2016/10/27/30000552703.jpg)
유해진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코미디 장르에서 제 기량을 맘껏 뽐냈다. 냉혹한 킬러와 어리숙한 삼류 배우 사이를 오가는 유해진은 진지해도 웃기고, 망가져도 웃겼다. 특유의 희극적 캐릭터와 연기력이 어우러져 자연스러운 웃음을 유발했다. 게다가 장르와 캐릭터 모두 예능에서 발현된 이미지와 잘 맞아떨어졌다.
차승원은 예능 이미지가 정극에서 출동했다. 물론 이 영화의 실패는 차승원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영화 자체의 아쉬움 탓이 크다.
'고산자:대동여지도'는 조선 최고의 지도꾼 김정호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준 영화였다. 식민사관, 천주교 박해 등 논란이 될 만한 요소가 다분한 작품이었기에 어떤 식으로 그려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묵직한 메시지와 이야기 톤을 예상했던 영화는 뜬금없는 코미디와 민족주의로 점철된 후반부로 혹평을 받았다.
심지어 이 작품은 차승원의 예능 이미지를 가져오는 장면도 의도적으로 배치했다. '삼시세끼'를 대사로 언급하는 이 신은 차승원도 우려를 표했지만 강우석 감독의 판단에 의해 삽입됐다. 극의 분위기와는 맞지 않은 무리수 개그였다. 그 결과, 관객들의 헛웃음만 유발하고야 말았다.
차승원은 탄탄한 연기력을 가진 배우다. 코미디, 스릴러, 사극 등 장르를 넘나들며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왔다. 굳이 이러한 무리수로 극의 흐름을 깬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 영화를 선택한 대다수의 관객은 차승원의 코미디가 아닌 차승원이 연기하는 김정호의 삶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두 배우 모두 예능에서 얻은 인기를 영화로 이어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대중과의 교감 유무는 전략과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배우의 작품 선택과 배우의 활용은 영화의 성패를 갈랐다.
(SBS funE 김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