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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업에 싫으면 짐싸라는 두테르테…필리핀경제 불똥튀나

'두테르테 변수'에도 美, 고성장 필리핀시장 발 빼기 어려울 듯

美기업에 싫으면 짐싸라는 두테르테…필리핀경제 불똥튀나
필리핀 경제계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 없는 반미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미국 기업들이 필리핀에서 발을 빼기라도 하면 자국 산업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주 중국 방문 때 미국과 경제·군사적 '결별'을 선언한 데 이어 25일 일본 방문에 앞서 '마약과의 유혈전쟁' 등 자신의 정책을 우려하는 미국 투자자와 기업이 있으면 짐을 싸서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이런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미국이 아시아에서 고성장세를 누리는 필리핀 시장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코트라 마닐라무역관에 따르면 미국은 필리핀의 최대 외국인 투자자로, 지난해 투자액이 7억3천만 달러(8천264억 원)를 기록해 2위 투자국 일본의 약 2배에 달했다.

2015년 필리핀의 수출액 586억 달러(66조3천352억 원) 가운데 미국 시장 비중이 15%로 일본(21.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두테르테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유혈 마약 소탕전이 필리핀 경제와 투자등급에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국이 없어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 다른 나라와 경제협력을 확대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국적 기업을 위한 급여·회계업무 아웃소싱 업체를 운영하는 크리스티나 콘셉시온은 CNN머니에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발언과 관련, 미국 고객들로부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묻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고 말했다.

주로 콜센터인 업무처리위탁(BPO) 산업은 필리핀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지 BPO 업계는 연말까지 13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한다.

BPO 업계의 고객 가운데 80%가량은 미국 기업들이다.

한 콜센터 직원인 라셸 안 푸엔테스는 필리핀 ABS-CBN 방송에 "가족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데 만일 콜센터들이 필리핀에서 철수하면 내 직장에도 영향일 미칠지 걱정을 좀 한다"고 밝혔다.

다른 콜센터 직원인 레안자 세빌라 또한 우려하면서도 "두테르테 대통령이 국가를 위해 나름대로 계획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최근 중국 방문 때 150억 달러의 투자, 90억 달러의 차관 제공 등 총 240억 달러(27조1천680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약속받았다.

컨설팅업체 메이플크로프드의 유프라샤 테일러 아시아분석가는 필리핀의 서비스업과 제조업 분야에서 미국이 등을 돌리고 그 빈 자리를 중국 기업들이 채우지 못하면 필리핀은 제 발등을 찍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반미 행보로 미국에서 반필리핀 정서가 촉발되면 필리핀의 대미 인력 송출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2013년 기준 필리핀 해외근로자는 약 1천만 명으로 이중 350만 명가량이 미국에서 일하고 있다.

필리핀 해외근로자들이 2015년 자국으로 송금한 돈은 258억 달러(29조2천56억 원)에 달한다.

이 중 31%가 미국에서 보낸 금액으로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2.7%를 차지했다.

미국과 거리를 두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은 물론 일본과의 관계 강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는 25일부터 사흘간 두테르테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일본으로부터 15억 달러(1조6천980억 원) 규모의 경제협력 약속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약 2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두테르테 정부는 필리핀의 시장성을 볼 때 미국 기업들이 쉽사리 떠나기 어려워서 국민이 일자리를 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라고 ABS-CBN 방송은 전했다.

올해 상반기 필리핀 경제는 6.9%의 고속 성장을 했다.

필리핀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을 목표치 6∼7%보다 높은 6.5∼7.5%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이 이런 시장에서 철수,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내주지는 않을 것이며 두테르테 대통령도 이를 계산해 강경 발언을 쏟아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노이=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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