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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철학교사 수업 중 "모든 백인은 인종차별주의자" 발언 논란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수업 중 "모든 백인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언론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발언에 모욕감을 느낀 백인 학생과 일부 학부모들이 교사의 파면을 요구한 가운데 해당 발언을 수업의 전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며 교사를 두둔하는 학생들이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와 노먼 트랜스크립트 등에 따르면, 논란의 주인공은 미국 오클라호마 주 노먼 노스 고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제임스 코지다.

그는 지난주 인종 간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지를 강의하다가 문제의 발언을 했다.

한 학생이 휴대전화로 찍은 수업 장면 동영상을 보면, 코지는 과거 유럽의 제국주의가 전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설명하고자 유튜브 동영상을 교재로 사용했다.

유튜브 동영상에선 한 남성이 유럽이 영향을 끼친 지역을 쉽게 알려주려고 지구본에서 해당 지역에 흰색 수정액을 칠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 원주민 학대로 대화를 옮기던 중 코지는 학생들에게 수사의문문 형태로 "내가 인종차별주의자인가? 그렇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인종차별주의자가 되기를 원한 것이 아니고 선택한 것도 아닌 것 같다"라면서 "하지만, (지금까지 키워져 온 방식으로) 그렇게 키워져 왔기때문에 내가 인종차별을 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코지는 "모든 백인은 인종차별주의자다. 더는 말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 발언에 충격을 받은 한 학생은 KFOR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백인을 괴롭히라고 독려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 학생은 "내 가족의 절반은 백인, 절반은 히스패닉"이라면서 "교사가 백인인 나를 인종차별주의로 지칭하는데, 그 증거는 어디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학생의 아버지는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한 인종을 악마로 묘사하는 게 과연 옳은가"라며 분개했다.

블로그 '보수주의자의 목소리'의 전 운영자인 스콧 로저스는 코지가 너무 멀리 나갔다며 그를 파면해야 한다고 트위터 팔로워들을 부추겼다.

그러나 100명 이상의 학생은 지난 18일 학교에서 모여 코지 교사를 두둔했다.

집회를 조직한 한 학생은 "코지 교사의 발언이 수업 전체 맥락과 다르게 알려졌다"면서 "역사를 바꾸고 포용성을 증진하려면 제도적인 인종차별주의를 깊이 있고 세심하게 토론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사의 말을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현장 전문가들도 코지 교사의 표현에 문제가 있지만, 수업의 방향은 옳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조 시애노 노먼 공립학교 교육청장은 "토론이 좀 더 나은 방식으로 진행됐어야 했다"면서도 "인종차별주의는 중요한 토론 주제이며 문화, 인종, 윤리를 다양한 철학적인 관점에서 토론하면서 교사는 자신이 대학 수업 때 공유한 관점으로 이를 학생들에게 전달하려고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교육청은 코지의 징계 문제를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

폴 케첨 오클라호마대학 교양학부 교수는 "코지 교사의 수업 방식에 문제가 있었지만, 연구 결과는 그의 발언을 뒷받침한다"면서 "인종 문제를 가르치는 신참 교사의 실수"정도로 평했다.

그는 아울러 "해당 학교 학생의 대다수가 백인이어서 코지 교사의 발언을 공격으로 받아들인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늘날 중요한 사회 문제를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토론해야 할지, 아니면 학생들이 극도로 예민한 시기에 있는 만큼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침묵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교사들의 상황을 이번 사건이 담고 있다고 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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