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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려운 체육 인재가 최순실 씨 딸인가?

[취재파일] 어려운 체육 인재가 최순실 씨 딸인가?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6.10.22 07:2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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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해명이 군색하기 짝이 없고 현실 인식이 크게 부족해 차라리 안하는 것보다 못했다는 평가가 국내 체육계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문화체육 분야를 집중 지원하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수익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언급한 요지는 “어려운 체육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는 원래 있던 체육인재육성재단마저 없앴습니다. 그리고 체육인재육성재단이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의 한국스포츠개발원에 통-폐합되자마자 K스포츠재단이 출범했습니다.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습니다. 전말은 이렇습니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은 2007년 창립돼 21명의 소규모 직원들이 전·현직 스포츠인들을 대상으로 체육영재 발굴, 은퇴선수 영어교육, 심판, 지도자 전문역량 교육 등 전문화된 교육을 담당해 오고 있었습니다. 매년 국내외 3천여명, 누적인원 약 2만여명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격 국가대표 진종오 선수가 국제스포츠기구 임원으로 당선됐고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변천사 선수가 해외연수를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스포츠행정가로 일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15년 5월 체육인재육성재단을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한국스포츠개발원에 흡수-통합하는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예산절감 등 실질적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게 정부가 밝힌 체육인재육성재단 폐지 이유였습니다.
체육인재육성재단 시위
체육인재육성재단은 통-폐합에 반대하는 직원 및 자문위원은 물론, 전국 16개 체육영재 센터장과 지도자 및 학부모(1,000여명), 전국 27개 체육 고등학교 교장단(학생 5,000여명), 전국학교운동부지도자(6,000여명), 국제스포츠인재양성 프로그램 수료자(1,000여명), 대학체육회 경기단체 연합회 등 총 2만 여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이들은“최근 몇 년간 외부 기관 평가에서 체육단체 가운데 최고점을 받아 소규모 인력으로 경영효율화를 추구하는 공공기관의 모범 사례를 만들어 왔다”며 흡수 통합에 강력히 반대했지만 2015년 말 끝내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이 간판을 내릴 무렵 문제의 K스포츠재단이 태동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각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재단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크게 떨어집니다. 현 정부도 예산 절감이란 명목으로 직원이 고작 20여명 되는 체육인재육성재단을 폐지한 상황에서, 어느 사기업이 체육인재육성을 위해 288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겠습니까?    

2015년 11월 삼성 라이온즈는 FA(자유계약) 선수였던 간판타자 박석민과의 계약을 포기했습니다. 박석민을 잡으려면 100억원에 가까운 거금을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박석민은 결국 NC구단과 최대 4년간 96억원에 계약했습니다. 엄청난 비용 때문에 박석민을 놓친 삼성은 바로 이 때 K스포츠재단에 79억 원을 내놓았습니다.

국내 체육계 사정에 밝은 A씨는 “삼성그룹이 2015년부터 모든 스포츠사업을 제일기획에 일임했다. 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삼성중공업 럭비팀도 해체했다. 스포츠에서 돈을 쓰지 않고 긴축 경영, 자립경영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정체도 모호한 K스포츠재단에 삼성그룹이 자발적으로 79억 원을 기부했다는 게 말이 되는가?”라고 반문했습니다. 


올해 1월 출범한 K스포츠재단은 지금까지 별로 한 일이 없습니다. 그동안 실제로 시행한 주요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5월 이란 방문 당시 태권도 시범단 'K 스피리트'를 꾸려 동행한 것, 어린이 태권도 교실 운영 등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어려운 체육인재를 육성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서 국내 체육계에서는 혹시 어려운 체육인재가 승마선수인 최순실 씨 딸을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관계에 대해 ”아는 사이인 건 분명하지만, 절친하게 지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단순히 아는 사이에 불과한데 청와대는 왜 2013년 4월 전국승마대회에서 최순실 씨 딸이 2위에 그치자 극히 이례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간부에게 진상을 조사하라고 직접 지시했는지, 그리고 왜 담당 공무원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해 좌천시켰는지, 정말 불가사의할 따름입니다. 청와대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해서는 어떤 해명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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