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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구기 "밥 딜런 노벨상 수상으로 문학의 폭 넓어져"

박경리문학상 수상차 방한…"김지하 장모 기리는 상 받아 뜻깊어"

응구기 "밥 딜런 노벨상 수상으로 문학의 폭 넓어져"
▲ 응구기 와 시옹오 (사진=연합뉴스)

"해마다 노벨문학상 발표 때 많은 기자들이 집 앞에 진을 치고 기다립니다. 오히려 제가 기자들을 집에 들여서 위로해주기도 해요. 많은 분들이 작품의 진가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따뜻하고 벅차오릅니다. 하지만 박경리문학상은 노벨상과 별개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상입니다."

케냐 출신 작가 응구기 와 시옹오(76)는 2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제6회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게 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그에게 박경리문학상이 특별한 이유는 고 박경리 선생이 김지하 시인의 장모이기 때문이다.

응구기는 1980년작인 '십자가 위의 악마'를 쓸 때 김지하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응구기는 1976년 일본에서 영어로 번역된 김지하 시집을 접했다.

'오적' 등의 작품에 매료된 그는 케냐 나이로비대학 학생들에게 김지하의 문학세계를 소개했다.

케냐 학생들 사이에서는 김지하 작품 가운데 특히 '비어'(蜚語)가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응구기는 그러나 케냐 지배층을 풍자한 희곡을 쓰고 상연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투옥됐다.

'십자가 위의 악마'는 당시 교도소에서 휴지에 몰래 써내려간 작품이다.

그는 "김지하도 감옥에 갇힌 채로 작품을 썼다. 그와 경험이나 작품의 내용 면에서 유사한 면이 많다"며 "과거의 기억 하나하나가 이 상과 관련이 있어서 특별하다"고 말했다.

영국에서 문학을 공부한 응구기는 '십자가 위의 악마'부터 영어 대신 케냐 토착어인 키쿠유어로 작품을 썼다.

'한톨의 밀알'(1967) 같은 전작이 서구 독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케냐 민중들은 자신의 작품을 읽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스스로를 "세계 각지의 소외받는 언어들을 위해 투쟁하는 언어전사"라고 표현했다.

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지배를 위한 언어 말살정책을 보면 언어에 권력관계가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응구기는 "과거 일본이 한국어를, 영국은 케냐의 아프리카 언어를 억압한 점도 유사하다"며 "모든 언어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평등한 관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십자가 위의 악마'에 그려진 케냐의 역사도 곡절 많은 한국 근현대사와 꼭 닮았다.

그는 소설에서 과거 식민지 시절 제국주의에 기생했던 케냐의 지배계층이 독립 이후에도 강탈에 가까운 방법으로 부를 쌓는 현실을 고발했다.

국제사면위원회의 도움으로 풀려난 응구기는 이후 케냐 정부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고 현재 뉴욕대 비교문학·공연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현대 아프리카 문학, 탈식민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꼽히며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된다.

올해는 도박사들이 베팅한 유력 수상 후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예상을 깨고 포크록 가수인 밥 딜런이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데 대해 그는 "대중가수로서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의미를 찾은 것 아니겠느냐"라며 "문학의 폭을 넓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응구기는 22일 오후 4시 강원 원주시 토지문화관에서 열리는 박경리문학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로 나선다.

25일 오후 1시에는 연세대 신촌캠퍼스 장기원국제회의실에서 '케냐와 한국의 문학적 연대'를 주제로 강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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