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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환수는 세계적 문제…자료 공유·공론화 필요"

문화재청이 외교부와 주최한 '제6차 문화재 환수 전문가 국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꽁 위레아크 캄보디아 문화예술부 박물관국장이 "불법적 문화재 거래를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캄보디아 국립박물관장도 맡고 있는 위레아크 국장은 프놈펜 왕립예술대에서 고고미술사학을 공부한 뒤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앙코르 유적 발굴조사에 참가하고 문화재 불법 반출 저지를 위한 비정부기구에서 일한 문화재 전문가입니다.

캄보디아는 화려한 앙코르 문명을 꽃피운 나라지만, 1863년부터 90년간 프랑스의 식민지로 전락했습니다.

이 기간에 프랑스는 국립박물관 학예사를 캄보디아에 파견해 문화재를 자국으로 빼돌렸습니다.

위레아크 국장은 "프랑스에 워낙 아름답고 멋진 캄보디아 고미술품이 많아서 캄보디아 미술사를 공부하려면 프랑스에 가는 편이 낫다고들 한다"며 "외국으로 빠져나간 문화재의 수는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만큼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캄보디아에서는 사찰 같은 기관이 아닌 개인은 문화재를 소유할 수 없다"면서 "현대에 캄보디아 정부가 선물한 문화재가 아니라면 외국에 있는 캄보디아 유물은 모두 불법으로 반출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화재 환수가 어려운 이유는 도난 혹은 약탈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불법 반출 문화재임을 증명하는 자료가 없으면 실질적으로 유물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런데 캄보디아는 오랫동안 내전을 겪어 문화재 관련 자료가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위레아크 국장은 "밀림에 수많은 사원이 있는데, 이들 사원에 어떤 문화재가 있었는지에 관한 기록이 거의 없다"며 "1995년부터 캄보디아 정부가 국내에 있는 문화재와 고고학 장소의 목록을 작성했고,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박물관 유물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014년 캄보디아 정부는 내전 당시 약탈당한 10세기 석상 '비마','두료다나', '발라라마' 등 3점을 40여 년 만에 환수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크메르제국의 옛 왕도인 코케르에 위치한 프라삿 첸 사원에 있었던 이들 석상은 미국 박물관과 경매사가 소장하고 있었습니다.

위레아크 국장은 "코케르에서는 거대한 돌덩이 하나를 조각해 석상을 만들었는데, 반출된 석상은 받침대 부분이 사원에 남아 있었다"며 "앙코르 유적을 연구한 독일 고고학자가 이를 근거로 미국 노턴 시몬 박물관에 있던 석상이 명백한 도난품이라는 사실을 유네스코에 보고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소더비 경매 목록에 올라 있던 두료다나의 경우 캄보디아 정부가 환수를 위해 협상을 진행했지만 실패했다"며 "그런데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소더비가 도난품을 거래한다는 부담을 느낀 탓인지 캄보디아에 돌려주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들 석상의 환수는 캄보디아 정부와 유네스코의 협력, 약탈 문화재의 정보 공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입니다.

"온 나라가 전쟁과 정치 불안으로 고통받는 동안, 캄보디아의 문화재도 모진 수난을 겪었어요.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뿐만 아니라 약탈 문화재를 소장하고 있는 나라와 기관, 국제기구와 비정부기구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야 유물이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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