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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선 스크린도어-열차 문 사이 '안전 사각지대'

19일 김포공항역에서 승객이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 지하철 안전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 지하철 5∼8호선 구간 스크린도어와 열차 문 사이 공간에 사람이 있어도 이를 감지하는 센서가 없어 사고를 막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공사에 따르면 도철 구간에서는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와 정차하면 열차 문과 스크린도어가 동시에 자동으로 열린다.

승객이 승하차를 마치면 기관사가 수동으로 열차 문을 닫는다.

열차 문이 닫힌 뒤 1∼2초 후 스크린도어가 따라 닫히는 구조다.

열차 문과 스크린도어에는 센서가 있어 문이 닫히는 과정에 장애물이 있으면 이를 감지해 스크린도어는 자동으로 열리고, 기관사가 운전실에서 출입문 표시등을 보고 문을 여닫는다.

그러나 스크린도어가 한번 닫힌 뒤에는 기관사가 열차 문을 열어도 스크린도어는 함께 열리지 않는다.

이때 스크린도어를 열려면 기관사가 승강장에 붙어 있는 기관사 조작반을 직접 조작해야 한다.

조작반은 기관사가 열차에서 내리지 않고도 운전석에서 고개를 내밀어 조작할 수 있다고 도철 측은 설명했다.

이날 사고는 닫힌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 공간에 사람이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한 채 기관사가 열차를 출발하면서 일어난 사고로 보인다.

센서가 없으면 사람이 끼여 위험한 상황인지 등을 기관사가 확인했어야 하지만 이런 조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4호선 구간에서는 스크린도어와 열차 문 사이 공간에 센서가 있어 이런 경우 사람이 끼여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날 사고가 일회성이 아니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어, 많은 승객이 같은 위험에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포공항역이 다른 역보다 스크린도어 관련 장애가 많아 내년 스크린도어 시스템 개편을 준비하던 중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김포공항역은 2005년 다른 역 4곳과 함께 도철 구간 가운데 가장 먼저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이 때문에 시설 노후화 등으로 소프트웨어 등 분석이 힘들어 장애가 발생해도 명확한 원인을 알아내 처리하기 어렵다는 게 도철 측 설명이다.

도철 관계자는 "내년에 스크린도어 시스템을 개편할 계획을 세웠다"며 "안전과 승객 불편 등을 고려해 스크린도어를 완전히 뜯어서 다시 할 것인지, 주요 부품만 교체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5∼8호선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1인 승무제'를 꼽는 목소리도 있다.

1∼4호선 열차에 기관사와 차장 등 2명이 탑승하는 것과 달리, 5∼8호선 도철 구간은 1인 승무제로 운영한다.

도철 구간 열차는 자동운전 방식이기 때문에 효율성을 내세워 1인 승무가 충분하다는 게 도철의 입장이다.

그러나 그동안 도철 노조 등을 중심으로 1인 승무제가 승무원 과로를 가중하고, 이로 인해 승객 안전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승무원 과로 문제는 실제로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올해 4월 김모씨를 비롯해 2003년 8월 이후 공황장애와 우울증 등으로 총 9명의 기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가톨릭대학교가 2007년 도철 기관사 836명을 상대로 특별건강검진을 한 결과 기관사의 공황장애 유병률(0.7%)이 일반인(0.1%)의 7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드러낸다.

도철 노조는 지하에서 혼자 운전해야 하는 등 근무 여건이 열악한 점을 문제 삼으며 1인 승무제 폐지 등을 내걸고 4월부터 7월까지 시청역에서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도철도 전직 제도를 도입해 95명(4월 기준)을 다른 직렬로 이동시키고, 2014년부터는 업무 복귀 프로그램을 도입해 기관사 6명(4월 기준)을 다른 업무로 전환 배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이날 사고 당시에도 1인 승무 중인 기관사가 인터폰을 통해 승객이 끼였다는 신고를 받았지만, 직접 열차에서 나와 현장을 확인하지 않고 열차를 출발시키다 사고를 막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도철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직영으로 운영한다.

5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당시 안전 관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혔던 '외주화' 문제는 없지만 이번 사고로 지하철 운영·관리 실태를 총체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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