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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프리 스케이팅 기회 한 번만 주세요"

[취재파일] "프리 스케이팅 기회 한 번만 주세요"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6.10.19 07: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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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는 2016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대회가 열렸습니다. 최대 관심을 모은 남자 싱글에서는 ‘남자 김연아’라 불리는 차준환(15세) 선수가 역대 최고점으로 5년 선배인 국가대표 김진서와 이준형을 제치고 우승하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청신호를 켰습니다. 여자 싱글에서는 ‘피겨 신동’ 유영(12세) 선수가 박소연, 최다빈 등 쟁쟁한 선배를 모두 따돌리고 시상대 맨 위에 섰습니다.

피겨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되기 위해서는 회장배 랭킹대회와 내년 1월에 개최되는 종합선수권에 반드시 참가해야 합니다. 그리고 랭킹대회는 말 그대로 피겨 선수의 랭킹을 정하는 대회입니다. 자신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피겨는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점수 합산으로 순위를 가립니다. 그런데 이번 대회 에 출전한 가장 상위 클래스인 7-8급 선수 40명 가운데 16명은 프리 스케이팅 경기에 나서지도 못하고 대회를 마쳤습니다. 쇼트 프로그램에서 24위안에 진입하지 못하면 프리 스케이팅 출전권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대회 진행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상당수 국내 빙상인들과 학부모들은 강제성이 없는 이 방식을 굳이 국내 대회에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명 빙상인인 A씨는 SBS와의 전화 통화에서 “24위안에 들지 못하는 선수는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준비하고도 기량을 펼칠 기회가 전혀 없다. 국내 대회 가운데 최소한 회장배 랭킹 대회 1개만이라도 7-8급 선수에게는 프리 스케이팅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학부모들의 불만도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어린 선수들이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다 준비하려면 상당한 비용, 노력, 시간이 필요한데 정작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1년에 한 번도 보여줄 무대가 없다는 것은 10대 어린 선수들에게 너무 가혹한 처사라는 것입니다. 여자 중학생 피겨 선수를 둔 학부모 B씨는 이렇게 하소연했습니다.

“쇼트 프로그램만 하고 프리 스케이팅에 나서지 않으면 대회 출전 기록 자체가 거의 의미가 없게 된다. 몇 년간 돈과 시간을 투자해도 공식적인 대회 성적이 없다보니 피겨 특기자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또 선수 시절 이렇다 할 대회 성적이 없으면 나중에 지도자로 활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 10년 뒤에 ‘선생님의 프리 기록은 어떻게 되요?’라고 제자가 물으면 무슨 대답을 하겠는가? 이렇다 보니 어린 선수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프리 스케이팅의 배점은 일반적으로 쇼트 프로그램의 약 2배나 됩니다. 예를 들어 쇼트 프로그램에서 0.1점차로 25위에 그치면 프리 스케이팅 출전권을 얻지 못합니다. 그런데 쇼트에서 25위를 기록한 선수에게 프리 출전권을 주면 얼마든지 상위권 진입이 가능합니다. 배점이 높은 프리에서 잘 할 경우 충분히 10위권까지 치고 올라갈 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재 대회 방식으로는 이런 역전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국제 대회 관례가 그런데다 만약 40명 전원에게 프리 출전권을 부여하면 대회 진행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1명의 선수가 프리 스케이팅을 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약 8분입니다. 24명이 아니라 40명이 프리 연기를 할 경우 2시간 이상이 더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회 일정이 3일이 아니라 4일로 늘어날 수도 있고 자연히 대회 비용도 추가로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많은 피겨인들은 랭킹 대회 1개만이라도 프리 스케이팅 출전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추가 비용이 많아야 1-2천만 원에 불과해 1년 예산 100억 원 이상의 빙상연맹의 재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공식 대회에서 평생 한 번도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해보지도 못하고 일찌감치 빙판을 떠나는 선수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회장배 랭킹 대회는 24명만이 아니라 출전한 선수 전원의 랭킹을 정하는 대회가 되어야 합니다. 출전한 선수들의 정확한 실력 측정을 위해서, 또 한국 피겨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라도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 스케이팅 연기를 모두 펼칠 기회를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제공해야 합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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