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차이잉원 총통, 태국 국명에 'h' 빠뜨려 망신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이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서거에 조의를 표하면서 방명록에 태국 국명을 잘못 적어 망신을 샀다고 타이완 언론이 오늘(18일) 전했습니다.

어제 주타이베이 태국대표처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차이 총통은 방명록에 "태국 왕실과 국민에게 애도를 표한다"는 내용을 영문으로 쓰면서 태국 국명을 'Thailand'에서 h가 빠진 'Tailand'로 표기했습니다.

이어 자신의 직함은 '중화민국(타이완)'을 뜻하는 'Republic of China(Taiwan)'의 총통이라고 적었습니다.

차이 총통은 자리를 떠난 뒤 이 같은 실수를 깨닫고 곧바로 태국대표처에 사과했습니다.

태국 측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차이 총통의 관심과 방문에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리다웨이 타이완 외교부장은 "나도 이런 실수를 종종 하곤 했다. 고의적인 일은 아니지 않느냐"며 차이 총통을 옹호했습니다.

하지만 차이 총통의 유창한 영어 실력에 비해 이런 실수는 의외라는 반응입니다.

그는 타이완 최고 명문인 타이완대 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법학 석사를, 영국 런던 정치경제대에서 법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이미 차이 총통은 외신 인터뷰, 세미나 등 대외 활동을 통해 자신의 영어 구사 능력을 뽐낸 적 있습니다.

정치권과 소셜미디어에서도 차이 총통이 한 나라를 대표한 국가원수 신분으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국민당의 차이정위안 정책위원회 집행장은 "잉원(英文)은 영어(英文) 실력 좀 늘려라"며 차이 총통의 이름을 빗대 비꼬았습니다.

리밍셴 국민당 입법위원도 "신남향(新南向) 외교정책은 어디 두고 거기에 간 것이냐"며 힐난했습니다.

신남향정책은 차이 총통이 태국을 포함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 남아시아 6개국 등을 대상으로 경제협력을 강화하겠다는 대외정책입니다.

일각에서는 차이 총통이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에 직접 참석하려 전용기까지 준비했지만 태국이 타이완이 비수교국인데다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이 조문단을 파견할 예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난색을 보였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총통부 측은 이에 대해 "(차이 총통의 태국 방문) 계획은 없다"며 소문을 일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