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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범죄조직, 장애인 동원해 말레이 구걸 원정"

"中 범죄조직, 장애인 동원해 말레이 구걸 원정"
▲ 말레이시아 시내에서 구걸 하고 있는 중국 국적 장애인 걸인 (사진=연합뉴스/더스타 홈페이지 캡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번화가와 주요 관광지에서 구걸하는 중국 국적의 장애인 걸인들의 배후에 중국 본토의 대형 범죄조직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7일 말레이시아 유력 일간지 더스타는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차이나타운인 프탈링 스트리트의 저가호텔을 거점 삼아 활동하는 중국인 걸인들을 취재했다.

말레이 반도 동남부 말라카에서 구걸을 하던 중국 장애인 두 명을 쿠알라룸푸르까지 120㎞가 넘게 뒤쫓은 취재진은 이들이 중간조직원에게 구걸한 돈을 상납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취재진과 접촉한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중국 범죄조직의 감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광동성 중남부 둥관(東莞) 출신이라는 슈위안(33)은 "어릴 때 조직에 의해 얼굴이 망가졌고 이후 수년간 감금돼 있다가 구걸을 하게 됐다"면서 "외국에 나올 수 있는 걸인들은 조직 내에서 신뢰가 쌓인 이들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관광비자로 입국해 쿠알라룸푸르와 조호르바루, 페낭 등지의 유명 관광지에서 구걸하다 비자가 만료되면 귀국한다.

슈위안은 "대략 두 달 간격으로 말레이시아에 오는데, 벌써 몇 년째 이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현지에 있는 중간조직원은 매주 초 회의를 열고 30여 명에 달하는 장애인들에게 각각 담당구역을 할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푸젠성 출신인 도펑(30)은 회의가 끝나면 각자 택시를 타고 말레이시아 전국 번화가와 관광지로 이동해 구걸해야 한다면서 "하루 최소 1천200 링깃(32만3천 원)을 벌어야 하고 이 중 60%를 조직에 바쳐야 한다"고 말했다.

더스타는 이들이 구걸을 마친 뒤에는 마사지 서비스까지 받으면서 피로를 푼다고 전했다.

이런 문제가 드러나자 말라카 등 말레이시아 일부 지방정부는 외국인 걸인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거리에서 구걸을 하는 중국 국적의 장애인들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국적의 장애인 걸인들은 태국과 마카오 등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태국 경찰은 지난해 초 태국 중부 차이 낫에서 구걸을 하다 적발된 허난(河南) 성 출신 장애인의 가방에서 현지 공무원 월급보다도 많은 6만1천540 바트(69만 원)의 현금이 나와 단속 경찰관들을 당황하게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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