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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벼락' 한국전력, 평창올림픽엔 '0원'

[취재파일] '돈벼락' 한국전력, 평창올림픽엔 '0원'

권종오 기자 kjo@sbs.co.kr

작성 2016.10.17 08:01 수정 2016.10.17 17: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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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돈벼락 한국전력, 평창올림픽엔 0원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오늘(17일)로 꼭 480일 남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6개 신축 경기장이 드디어 다음 달부터 차례로 완공됩니다. 이와 함께 평창 올림픽의 리허설이자 모의고사 격인 31개 테스트 이벤트가 내년 4월까지 펼쳐집니다. 바야흐로 평창 올림픽이 본격적인 실전 모드에 돌입하는 것입니다.

지금 평창 조직위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현금과 전문 인력 부족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역시 돈입니다. 9월까지 평창 조직위가 확보한 후원 계약 규모는 7천8백억 원 정도입니다. 목표액 9천4백억 원의 약 83%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현금 비중은 약 3분의 1로 3천억 원이 채 되지 않습니다.

평창조직위 사람들은 2018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지 않으려면 현금 약 4천억원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하지만 이 금액의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삼성, 현대, LG, SK, 롯데, 대한항공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이미 500억 원에서 1천억 원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냈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민간 기업에게 더 이상 요구하는 것은 무리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평창조직위는 통신, 스포츠의류, 항공, 자동차, 정유, 건설, 증권 등 29개 카테고리에 걸쳐 모두 31개 기업과 후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이 가운데 공기업과 은행은 단 1개도 없다는 점입니다. 평창조직위가 지난 5년 동안 현금 확보의 관건인 은행과 후원 계약을 전혀 맺지 못했다는 사실은 입이 열개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공기업입니다. 많은 공기업 가운데 특히 엄청난 매출액과 순이익을 자랑하는 한국전력이 ‘지구촌 축제’인 평창 올림픽에 별로 관심이 없어 조직위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한국전력의 지난해 순이익은 13조 원을 넘습니다. 올해는 이 금액을 훌쩍 뛰어넘어 15조 원도 가뿐할 전망입니다. 2년 전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부지를 현대자동차에 10조 원 넘는 금액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운까지 따랐는지 올 여름 유례없는 폭염으로 한국전력은 그야말로 ‘돈 벼락’을 맞았습니다. 주택에만 적용되는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조금이라도 켰다가 수십만원의 전기세 폭탄을 맞은 가구는 수백만이나 됩니다. 국민들은 '폭리'라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한국전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1년에 무려 13조 원의 순이익을 챙기면서 2조 원에 가까운 현금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국회에서 성과급 잔치로 방만한 경영을 했다고, ‘낙하산 인사’가 만연했다고 질타를 당하는 게 한국전력이지만 정작 2018 평창올림픽에 내는 금액은 ‘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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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올림픽을 외면하기는 민간은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책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한국전력 주식을 32.9%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산업은행은 지난 해 배당금만 6천5백억 원을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을 후원하는 금액은 한전처럼 역시 ‘0원’입니다.
 
대한민국의 공기업과 국책은행이 평창 조직위와 후원 계약을 맺은 곳은 단 1개도 없습니다. 그럼 이들은 왜 그 많은 현금을 보유하면서도 평창올림픽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후원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의 경우 결국 전기가 상품인데, 경쟁 업체가 국내에 없기 때문에 홍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공기업이나 은행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 점도 후원을 꺼리는 이유입니다. 지금이 만약 2012년이라면 공기업의 공익적 이미지를 제고할 시간이 충분해 어느 정도 후원할 수도 있겠지만 이제 경우 1년 4개월밖에 남지 않는 대회를 위해 굳이 투자를 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매년 경영 평가를 받아야 하는 공기업 사장 입장에서는 차라리 ‘불우이웃돕기’에 성금을 조금 내는 게 낫지, 평창올림픽을 위해서 수백억 원을 지출할 수 없다는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평창조직위는 공기업과 국책은행의 문을 오래전부터 두드려왔지만 아직까지 가시적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안에 이렇다 할 현금 확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염치가 없지만 국민 세금을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정권을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아 평창 조직위의 ‘돈 가뭄’은 자칫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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