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형태는 ‘1인 가구’입니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5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1인 가구가 520만3000가구로 전체(1911만1000가구)의 27.2%를 차지했습니다. 2인 가구(26.1%)를 제치고 이른바 ‘대세’가 된 겁니다. 1인 가구의 삶이 곧 대한민국의 보통 삶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오늘, 초보 1인 가구에 막 합류한 30대 총각 기자가 혼자서도 잘 살아보려고 애쓰는 일상을 연재합니다. -지난회 보기- ①독거의 시작 |
혼자서도 잘 살아(볼래)요―②굶으면 죽는다
임어당이 말했다.
그 어떤 정신적 인간이라도 수 시간마다 '언제 먹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고
밥을 스스로 차려야 한다는 게 독거인의 고민
혼자 삼겹살집에 가니 "1인분은 안 판다"
직접 한 끼 만들어보려고 찾은 동네 슈퍼에선 대파조차 한 단 씩 묶어 팔아
인터넷 쿡방 스타들의 “참 쉬운 집밥”이 나 같은 1인 가구에겐 판타지였던 것
임어당이 말했다. 그 어떤 정신적인 인간이라도 수 시간마다 ‘언제 먹을까?’ 하는 생각을 멈출 수는 없다고. 내 경우도 마찬가지다. 독거 시작 뒤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거창하게도 ‘생존’이다. 내 몸은 정상적 기능을 수행하고자 최소 하루 세 번 배고프다 아우성인데, 나 아닌 누구도 대신 밥을 먹어줄 수는 없다. 나만 먹을 수 있는 그 밥을 스스로 차려야 한다는 게 독거인의 고민이다.
일 하는 날이면 아침이야 거르기도 하고 점심도 어떻게든 해결한다. 문제는 약속 없는 휴일이다. 아침부터 배가 고프면 대책이 없다. 살도 뺄 겸 한두 끼 굶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일종의 극기(克己)에도 도전해봤다. 그러다 결국 라면으로 기껏 나트륨을 섭취할 때면 내 몸을 학대하는 것만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밥솥을 열면 따끈한 밥이 있고 냉장고를 뒤지면 뭐라도 꺼내 먹을 게 있던 어머니 집 생각이 절로 난다.
하루는 주린 배를 쥐고 집을 나섰다. 근방의 단골 삼을 ‘백반집’을 찾아볼 요량이었다. 카드는 안 받겠다는 5천원짜리 식당을 발견해 허기를 채웠다. 그러고 나면 배고플 땐 생각 없던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끼고 아껴도 모자랄 판에 날마다 사 먹는 데 돈을 쓴다는 게 우선 아깝고(시켜 먹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달고 짠 음식을 주식 삼는 것도 못 할 짓이란 생각에 이른다. 어떤 날은 편의점 도시락이 대세라기에 시도해봤다. 그 맛도 별스럽지 않을뿐더러, 고작 1천원 아껴보자고 내가 이렇게 편의점 구석에서 처량한 식사를 하는구나 싶어 서글펐다.
게다가 세상은 여전히 혼자 밥 사먹는 사람들에게 친절하지만은 않다. 문전성시를 이루는 맛집에 간신히 자리를 잡으면 밖에서 수군거리는 것만 같아 눈치가 보인다. “아, 기다리는 것도 짜증나는데 혼자 4인석을 차지하고 있네” “먹기는 또 왜 저렇게 천천히 먹어?” 연인과 가족의 단란한 식사와 식당 매상을 가로막는 민폐 손님이 된 기분이다. 덩달아 옆에서 빈 그릇을 치우는 종업원의 손길까지 괜히 공격적으로 느껴져 황망한 식사를 한다. 그래도 꾸역꾸역 혼자 식당을 찾다 보면 뻔뻔함이 단련되는 기분이라 최근엔 ‘혼밥’의 궁극이라는 삼겹살집에도 도전했는데 1인분은 안 판대서 혼자 2인분을 먹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