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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리베이트 주고 외형 키운 신용카드 회사들

신용카드 국세납부는 왜 폭증했나?

[취재파일] 리베이트 주고 외형 키운 신용카드 회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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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를 신용카드로도 낼 수 있다. 납세자들의 편의를 위해 2008년 도입됐다. 그런데 납세자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율은 1.5%부터 꾸준히 내려와 올해는 0.8%이다. 100만 원의 세금을 카드로 내면 8천 원의 수수료를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 국세 카드납부는 꾸준히 늘었다.

2008년 국세를 신용카드로 낸 금액은 407억 원이다. 이후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2008~2014년 7년 동안 국세를 신용카드로 낸 누적 금액은 약 10조 3천억 원이다. 카드로 세금을 내면 수수료를 무는데도 일시적으로 현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들에게는 카드 납부가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5년 한 해만 18조 9천억 원의 국세가 카드로 납부됐다. 올 상반기에만 20조 4천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 갑자기 왜 이렇게 늘었을까?

국세기본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2014년 12월부터는 신용카드로 낼 수 있는 국세 납부한도(1천만 원)가 폐지됐다. 액수가 얼마이든 국세를 카드로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국세기본법 개정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유동성 부족으로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의 납세편의를 높이고자…”

● 새롭게 누가 세금을 카드로 긁기 시작했을까?

그런데 ‘일시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들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국세를 카드로 긁어대기 시작했다. 몇 십억, 몇 백억, 몇 천억. 조 원 단위의 세금을 카드로 낸 기업도 있다. 2015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카드로 100억 원 이상의 국세를 낸 기업은 확인된 곳만 370여 개. 이들이 낸 카드로 긁은 세금은 36조 8천억 원에 달한다.

● 세금 낼 돈이 없어서 대기업들이 카드로 긁었을까?

아니다.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 ‘수수료 면제해줄 테니 세금은 우리 카드로 긁어 달라’는 것이었다. 대기업들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세 납부일 전까지 카드로 긁으면 세금 연체될 일 없고, 세금 냈어야 할 돈을 카드 결제일까지 자금시장에서 굴릴 수 있다. 백 억, 천 억 원 단위를 짧은 기간만 굴려도 짭짤한 부대수익이 생긴다.  

● 카드사들은 왜 수수료를 면제해 주나?

외형 확대에 목을 매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회사들을 쉽게 동원할 수 있는 삼성, 현대 등 기업계 카드회사들이 수수료 면제로 대기업 국세 납부를 유치하면서 외형을 불려나갔다. 그러니 은행계 카드회사들이 부랴부랴 따라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다”고 했다. 기업들의 국세 카드납부 유치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한 은행계 카드회사는 올 상반기에만 8조 원이 넘는 국세 카드납부 실적을 기록했다. 실적 평가에 민감한 카드회사 CEO들은 숙명적으로 ‘상대적 외형’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카드회사로서는 이익이 생기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몸집 불리기를 해서 MS(market share) 경쟁을 해야 했다”고 카드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뒤로는 대기업들에게 리베이트를 주면서 외형 키우기에 급급했다”는 고백도 나왔다.

● 왜 문제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 똑같이 카드로 세금 내는데 대기업은 수수료 안 물고 개인,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만 수수료를 부담했다. 세금이라는 국민 공통의 의무에 차별이 생겼다.

법 개정의 취지를 우롱했다. 2014년 12월 국세기본법을 바꿔서 1천만 원 이상의 세금도 카드로 낼 수 있게 한 건 주로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들의 필요를 반영한 것이다. 수수료를 물더라도 세금 낼 현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제주체들을 도울 수 있으니까. 그런데 법 개정의 혜택은 카드사들이 수수료를 면제해 준 대기업들만 독차지하는 결과를 빚었다. 기획재정부 등 세정당국과 금융당국은 이런 결과를 예상이나 했을까?

금융당국이 금하는 과도한 마케팅 활동이다. 금융당국은 무리한 카드 모집인 확보, 과도한 경품 등을 금지하고 있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은 결국 가맹점 수수료나 할부이자, 카드론 금리 등의 인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가맹점 수수료는 사회적 압력에 밀려 몇 차례 인하됐다. 카드회사들은 그 때마다 ‘수수료 인하 여력이 없다’, ‘지금도 원가 수준이다’라고 주장하며 인하폭에 인색했다. 그런데 이런 영업을 하면서도 그런 주장을 계속 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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