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사귀자" 접근해온 외국인…돈 뜯는 신종 수법

안녕, 내 이름은 미리암 시아코야. 난 24살이지.
하지만 우리 관계에서 나이는 중요하지 않아.
나는 지금 난민수용소 안에 있어.
내 부모와 형제들은 반역자들에게 공격당했고, 차가운 시신이 됐어.
나는 난민이라 어떤 권리도 가질 수 없어. 그래서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나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계좌 명세표와 사망 신고서를 함께 가지고 있어.
그것들은 내가 너에게 편지로 보낼게.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내게 4천만 불을 남겨주셨어.
돈을 내게 송금해주면, 우린 만날 수 있어.그 돈으로 우리는 함께 행복해질 거야.
내가 유일하게 믿는 변호사가 있어. 그분의 연락처를 알려줄게.
어려운 점이 있다면, 다 해결해주실 거야.

혹시 이와 비슷한 내용의 영어 이메일이나 SNS 연락을 받았다면, 로맨스 스캠(Romance Scam)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 '사연' 있는 외국인에게 연락이 왔다?

스캠(Scam)은 원래 카지노에서 사용하는 용어입니다. 상대방을 속이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눈속임을 넘어 사기 행위까지 포괄하는 의미로 쓰입니다.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알리며 피해자에게 친밀감을 유도해 사기 행위를 벌이는 이른바 '로맨스 스캠'의 피해자가 늘고 있습니다.

로맨스 스캠의 가해자인 스캐머(Scammer)의 접근 방식은 이렇습니다. 이메일이나 SNS 메신저를 통해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간단한 인사말이 도착합니다.

한두 차례 서로 안부를 묻고 친밀해지면, 외국인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관해 설명합니다. 그들의 신분은 다양하지만,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이 유사합니다. 동정심을 유발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난민수용소에 있는 인물이라거나 아내를 잃은 퇴역군인, 중동 국가에서 핍박받는 여성이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사진을 보내며 교제를 요청하는데, 사진과 신분은 모두 스캐머가 위조한 것입니다.

그들은 자신에게 상속될 재산을 공개하고, 송금받을 여건이 아니라며 도움을 요청합니다. 잘 해결되면, 재산의 일부를 나눠주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죠. 피해자가 스캐머의 거짓말을 믿기 시작하는 눈치면, 송금 과정에 도움 줄 인물을 소개합니다.

소개받은 사람은 자신을 변호사 또는 목사라고 설명하는 데 연락을 취하면, 금전적 피해로 이어지게 십상입니다. 일 처리하는 데 필요하다며 반복적으로 돈을 달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 한 글자에 수백억 원이 날아간다!

로맨스 스캠은 개인을 대상으로 하지만,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스캠(Business Scam)이라 불립니다.

지난 4월 한 국내 대기업이 비즈니스 스캠으로 2백억원이 넘는 피해를 당했습니다. 비즈니스 스캠은 기업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로맨스 스캠보다 피해액이 큽니다.

수법은 이렇습니다. 비즈니스 스캐머는 거래 중인 A와 B업체 중, A업체의 이메일을 해킹합니다. 해킹한 이메일 내용을 파악하고, 유사한 이메일 계정을 만들죠.
스캐머는 돈을 송금할 B업체에 기존 계좌에 문제가 있다고 알려주며, 새로운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는 요청 메일을 보냅니다. 이메일을 받은 B기업의 담당자는 바뀐 계좌로 거래 대금을 입금합니다.

B기업은 수년간 거래해 왔던 A업체에 돈을 송금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스캐머에게 수백억 원의 송금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됩니다.

● 누가 속겠냐 싶지만…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사람에게 누가 돈을 송금하겠냐 싶겠지만, 영국의 한 여성은 로맨스 스캠으로 10개월간 약 28억 원의 손해를 입었습니다.

국내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해외에서 받은 이메일이나 메신저 내용을 해석해 달라고 요청하는 글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영어로 쓰인 글을 해석해 보면, 로맨스 스캠의 전형적인 유형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즈니스 스캠의 피해 사례는 변동된 이메일 주소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스캐머가 주로 한 글자 정도만 바꿔 새로운 이메일 계정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거래하던 기업이라도 이메일 주소가 이전과 같은지 한 번 더 꼼꼼히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