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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저지방이 나쁘다고 고지방이 좋은 건 아니다…골고루 먹는 게 정답

[칼럼] 저지방이 나쁘다고 고지방이 좋은 건 아니다…골고루 먹는 게 정답
●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
 
최근 모 방송사의 ‘고지방 다이어트 법’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 이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방송 후 인터넷 쇼핑몰의 버터 판매량이 2배 이상 증가했다고 한다. 고지방 다이어트란 탄수화물 섭취를 크게 줄이고, 대신 지방 섭취 비율을 높이는 식이요법이다. 고지방 다이어트법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0년부터 소아 간질환자 치료를 위해 고지방 다이어트법이 사용돼 왔다. 체중감량 목적으로도 이미 1980년대에 미국과 북유럽에서 시도된 바 있다.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이 아니며, 유럽이나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식이요법 역시 아니다. 많은 사람에게 ‘황제다이어트 법’이라 알려진 ‘엣킨스 다이어트’와도 큰 차이가 없고, 효과 역시 매우 유사하다. 방송에서도 언급되었고 고지방 다이어트의 효과를 설명하는데 가장 많이 인용되는 논문중의 하나는 2008년 미국 의학 저널(NEJM)에 발표된 연구결과이다. 이 연구에서 행해진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 방법이 바로 황제 다이어트를 약간 변형한 것이다. 
 
● 고지방 다이어트 효과는?
 

과연 고지방 다이어트의 체중 감량 효과가 얼마나 있는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하루에 얼마만큼의 칼로리를 섭취하느냐에 달렸다. 몸에서 소비하는 하루 총 대사량이 3,000 칼로리인 사람이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서 하루에 3,000칼로리 이상을 섭취한다면 결코 살은 빠질 수가 없다. 우리 몸 역시 '헬름홀츠의 에너지 보존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구성비율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섭취한 총칼로리 양이 총대사량보다 더 적어야만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물론 고지방의 고칼로리가 그대로 우리 몸 속에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로 음식의 종류와 구성에 따라 ‘식이성 열 발생 (Thermic effect)’이 다르기 때문이다. 식이성 열 발생현상이란 음식물을 먹고 소화하는데 발생하는 칼로리 소모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탄수화물이 많이 함유된 음식들은 낮은 반면 단백질이나 섬유질이 많이 포함된 음식들은 식이성 열 발생현상이 높다. 예를 들어 사과를 먹는 것이 사과에 포함된 식이 섬유 때문에 사과주스를 마시는 것 보다 높은 식이성 열 발생이 생겨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하게 된다. 사과를 먹는 게 사과주스를 마시는 것보다 체중 감량에 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지방의 경우는 음식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식이성 열 발생 정도를 탄수화물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 즉 고지방 다이어트를 한다고 해서 우리 몸의 칼로리 소모가 더 크게 늘어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고지방 다이어트의 체중 감량은 다른 다이어트들에 비해 특별한 작용이 있는 것이 아니며 장기적 효과 역시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2008년 이후 고지방 다이어트와 다른 저칼로리 다이어트 방법들이 체중 감량 효과의 차이가 없다는 많은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음에도, 방송에서 이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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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방 다이어트의 위험성
 
고지방 다이어트의 특징 중의 하나는 식이 요법 시작 첫 1~2주일 동안 빠른 체중 감소를 보이는 점이다. 특히 비만도가 높은 사람들에게서 단기간 체중 감소효과가 더 잘 나타나곤 한다. 그 이유는 탈수 때문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현저하게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릴 경우, 우리가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 특성상 단백질의 섭취량이 크게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탄수화물을 먹지 않고 단백질만 먹으면 신장에서 수분 배출이 현저하게 증가하게 된다. 이 때문에 몸 속 지방과 근육의 양이 줄어들어 체중이 감소하는 효과는 다소 있다. 하지만 몸에서 전반적으로 수분이 감소된 효과가 더 크다. 또한 탄수화물의 섭취를 크게 제한 할 경우 우리 몸의 주된 연료로 사용되는 포도당이 체내에서 줄어 들게 되고, 더 이상 이 포도당을 연료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 대신 지방의 분해로 나오게 되는 자유지방산이 우리 몸의 연료로 사용되는데, 이때 식욕을 억제하는 ‘캐톤’이라는 물질이 생성된다. 이 때문에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면 배고픔에 덜 시달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고지방 음식들은 탄수화물이 높은 음식들 보다 위에서 소화된 후 소장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다. 고지방 다이어트가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켜주는 이유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탈수 현상에 의한 체중감소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또한 이런 탈수 현상 때문에 갈증이 심해져 평소보다 물을 많이 마시게 되는데, 이 때문에 몸에 전해질 이상이 생길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캐톤이 만들어질 정도로 탄수화물을 제한할 경우 전해질 이상뿐만 아니라 대사성 산증의 위험성까지 증가한다. 이는 가슴통증, 두통, 빈맥(심장박동의 상승)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또 과체중 환자는 복압이 높기 때문에 위식도 역류증의 위험도가 높은데 이 때 고지방식을 할 경우 위에서 오래 음식이 머물게 되고 위와 식도경계에 있는 괄약근이 약해져서 위식도 역류 현상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만성질환이나 수술 등의 후유증으로 흡수 장애가 있는 환자도 고지방식을 피해야 한다. 지방의 소화과정은 탄수화물보다 더 복잡하고 많은 과정을 거쳐 하기 때문에 흡수장애가 있으면 기저질환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만성 췌장염 환자가 고지방 다이어트를 한다면 설사, 복통, 탈수 등의 증상과 함께 췌장염 자체의 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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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지방 다이어트의 지속 가능성
 
혹시라도 고지방 다이어트를 한번 시도해 볼 생각이 있거나, 지금 고지방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이라면  “고지방 다이어트를 평생 동안 계속 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떠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체중을 감량했다 할지라도, 그 다이어트를 그만두고 과거 자신의 식습관으로 회귀한다면 다시 체중은 증가하게 된다. 즉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다이어트 방법이라 할지라도 그 다이어트를 평생 지속할 수 없다면 장기적 효과는 없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식습관이나 음식들을 고려해보면 고지방 다이어트를 장기적으로 하기란 힘든 일일 수도 있다.

의학적 관점에서 역시 장기적인 고지방 다이어트는 권장되지 않는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심혈관 질환을 제외하더라도 위에서 언급된 전해질 이상 그리고 대사성 산증 뿐만 아니라 고지방 섭취가 장기화될 경우 대장암, 유방암, 인지기능 저하 등의 여러 질환들이 발생할 위험도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만일 특별한 이유로 급격한 체중 감량이 단시간에 필요한 경우라면 비만 전문 의사의 도움을 받아 좀더 엄격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해 볼 수는 있다. 그 예로 고지방 다이어트와 매우 유사한 'PSMF (Protein Sparing Modified Fast) 다이어트' 라는 식이요법이 있다. 아주 철저하게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고 칼로리 섭취 역시 800칼로리 미만으로 하는 가장 강력한 체중감량법 중에 하나이다. 탄수화물의 섭취제한으로 최대한 빨리 몸에서 캐톤을 발생시키고, 적절한 단백질 섭취를 통해서 근육 손실을 최소하여, 단기간에 최대한의 체중 감량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를 실행할 때는 칼륨,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을 일정량 보충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급성 저칼륨혈증 등의 심각한 전해질 이상이 발생하여 건강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최소 일주일에 한번씩 혈액검사를 통해 칼륨, 마그네슘, 등의 전해질 농도를 확인해 줘야 한다. PSMF 다이어트 역시 오랫동안 지속할 수 없고 또 이 다이어트를 중단했을 때는 쉽게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 장기적인 체중 감량 효과를 위해서 이 다이어트를 시도해서는 안되며, 의학적 혹은 다른 개인적인 이유에서 단기간에 많은 체중을 감량해야 할 경우에 전문가의 관리 하에서 제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 저지방이 나쁘다고 해서 고지방이 좋은 건 아니다.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지방섭취가 불균형하거나 장기간 제한될 경우, 지용성 비타민, 필수 지방산 등의 부족으로 인한 영양학적 질환이 올 수 있다. 하지만 ‘체중감량을 위한 과도한 지방 섭취’는 필자의 관점에서 과유불급이다. 본인이 탄수화물 중독이라 할만큼 평소 탄수화물 섭취비중이 높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수 있는 장기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인이 오랫동안 할 수 있는 균형있고 무리없는 식단을 만들고 조금씩 생활습관을 변화시켜 가는 것이 장기적 체중감량에 성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비결이라 하겠다.
김동욱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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