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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굶어 죽는 개가 작품? 난해한 '현대 미술'

[리포트+] 굶어 죽는 개가 작품? 난해한 '현대 미술'
4살 아이 그림인지 현대 미술인지 구별하는 글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린아이 낙서 같아 보이는 그림들 속에서 진짜 현대 미술 작품을 짚으실 수 있나요?
여러분은 어린아이 낙서 같아 보이는 그림들 속에서 진짜 현대 미술 작품을 짚으실 수 있나요?
미술 같지 않아 보이는 미술이 작품이라며 전시장을 차지하다 보니 이런 풍자가 생겨난 것이죠.

특히 작품 내용이 추상적일수록 작가의 의도를 더 모르겠고, 때로는 성의조차 없어 보이기도 해 미술관을 찾았다가 상심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멀게만 느껴지는 현대 미술 탓에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해도 미술관 관람은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국민 3명 중 2명꼴로 많지만, 미술품 전시를 본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영화관을 찾는 사람은 국민 3명 중 2명꼴로 많지만, 미술품 전시를 본 사람은 10명 중 1명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까요.
이에 국내 미술 업계가 현대 미술과 대중의 괴리를 줄이고자 대대적인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미술 주간’(10월 11일~23일)을 마련해 이 기간, 미술관 입장료를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죠. 현대 미술도 마찬가지입니다. 미술관에 가기 전 현대 미술이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알고 가면 관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현대 미술이 난해한 이유

과거의 미술 작품은 현대 미술과 비교해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눈으로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됐죠. 그러나 현대 미술은 눈요기로서의 미술에서 벗어나 마치 난해한 수학 문제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럼 현대 미술은 왜 난해하게 바뀌었을까요?

변화의 계기는 20세기 초 ‘사진’의 등장이었습니다. 화가가 제아무리 뛰어난 재능으로 어떤 인물이나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해도 사진의 성능을 따라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현대미술의 계기는 20세기 초 ‘사진’의 등장이었습니다.
물론 정교한 사진과 다른 일종의 ‘손맛’을 낼 수는 있겠지만, 그것을 예술 본연의 기능이라고 하기엔 너무도 협소한 거죠. 그러다 보니 실제를 ‘재현’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서 미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선 게 바로 현대 미술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대 미술 작가들은 작품 속에 자기가 생각해 낸 개념이나 철학을 담기 시작했습니다. 재현은 개념을 표현하는 부차적인 작업으로 생각했죠.

작가들은 작품을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작품을 구상하고 기획하는 설계자에 더 가까워졌습니다. 작품의 외형보다 ‘아이디어’가 중요해진 거죠.

일례를 들어볼까요?

2008년 기예르모 베르가스라는 작가가 굶어서 앙상해진 유기견을 전시했습니다. 작품 제목은 ‘굶어 죽은 개’였습니다.
2008년 기예르모 베르가스라는 작가가 굶어서 앙상해진 유기견을 전시했습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동물 학대라며 소리쳤고, 당장 전시를 집어치우라며 서명 운동을 벌였습니다. 세상이 떠들썩해지자 그는 유기견 앞에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 가시오”라는 문구를 놔뒀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너도나도 작가가 준비한 수십 마리의 개를 데려갔습니다. 따뜻한 선행이 이어지면서 ‘굶어 죽는 개’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훈훈할 뻔했던 이 사건의 반전은 몇 달 뒤 일어났습니다. 전국 각지에서 “돕고 싶은 사람은 자유롭게 데려가시오”라는 팻말과 함께 쇠약한 개들이 버려졌습니다.

당시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려 전시장에서 개를 데려갔던 사람들이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고 다시 내놓은 것입니다. 사람들의 위선을 꼬집으려 했던 작품 ‘굶어 죽은 개’는 이렇게 관객들에 의해 완성됐습니다.

● 현대 미술을 대하는 바람직한 자세

아이디어가 중요해진 현대 미술은 때로는 굉장히 어려운 수준의 철학을 담고 있을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이 난해해질 수밖에 없는 시대적 상황을 무시한 채 이해하기 어렵다, 대중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무조건 폄하 하는 자세는 옳지 않습니다.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 그때 작품의 난해함을 비판해도 늦지 않습니다.
요즘 미술관들은 현대 미술 작품을 대중에 쉽게 설명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술관들은 현대 미술 작품을 대중에 쉽게 설명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품 안내원 역할을 하는 ‘도슨트’를 만나면 전시장에서 작품들에 대해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현대 미술을 쉽게 설명하는 각종 안내 서적도 도움이 됩니다.

그저 눈으로 봤을 땐 알 수 없는 형상의 작품도 설명을 듣다 보면 왜 작가가 그렇게 작업할 수밖에 없었는지 의도와 고민의 흔적을 이해할 수가 있죠.

관람 경험과 지식이 조금씩 쌓이다 보면 어느덧 미술의 즐거움에 한발 짝 다가서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디자인: 임수연)
2016 미술 주간 무료관람 및 할인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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