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김영란 "나도 김영란법 대상…'거절하는 문화' 만들자"



이른바 '김영란법'을 처음 제안한 김영란 전 권익위원장이 오늘(6일) 저녁 한 출판사가 마련한 대담 자리에서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오늘 자리는 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공개 행사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저도 김영란법 대상이다. 오늘 모임도 사전 신고를 하고 왔다"며 "내 이름이 거의 매일 포털사이트 첫 화면에 나오니까 부담스럽긴 하다. 이러이러한 질문에 답을 해달라는 요구도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나서서 '이렇게 합시다', '저렇게 합시다' 하는 게 도움이 안 된다. 우리 스스로, 우리도 모르게 바뀌는 효과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김영란법의 목표를 두 가지로 설명했습니다.

부정한 청탁을 거절하는 문화를 만들고, 공적 업무를 둘러싼 규범을 내면화해 사회에 정착시키는 것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우리 사회는 이웃이나 친인척과 가깝게 지낸다. 술을 못 먹는 사람도 마셔야 하는 경우도 있다. 농경사회적 네트워크가 굉장히 강한데 거절을 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소수 권력자의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대다수 시민이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청탁 관행도 그에 못지않은 문제라는 게 김 전 위원장의 판단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생각 없이 해오던 관습들을 현대사회에 맞춰 바꾸고 스스로 변해 가게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김영란법 입법과 시행 과정에서 뜻밖의 법사회학적 쟁점을 발견했다며 한계를 토로했습니다.

대중의 지적 수준이 과거보다 높아졌는데도 투표로 선출됐다는 이유로 소수의 엘리트에게 계속 입법을 전적으로 맡겨야 하는지에 대한 것입니다.

김 전 위원장은 "근대법이 만들어질 당시 대의제 정신은 대중의 의사를 그대로 반영할 필요는 없고 엘리트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입법을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며 "요즘처럼 지식이 대중화되고 대학 진학률도 높은 사회에서는 한계에 왔다. 이 한계를 보여준 게 김영란법 입법과정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선물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습니다.

며칠 전 커다랗고 무거운 소포가 편지와 함께 학교로 배달됐기에 '죄송하지만 마음만 받겠습니다'라고 써서 반송했다고 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저를 좋아하시면 이런 걸 안 보내주시는 게 좋겠다"며 웃었습니다.

김 전 위원장은 "의문스러운 일은 자제하고 그러다 보면 규범을 내면화하는 데 성공하지 않겠느냐"며 "다 같이 지켜봐 주시고 법이 잘 시행되도록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연합)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